법사위 “용도 외 사용”, 대법 “연구회 위축될 것”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0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의 내년 예산이 135억원 증액됐지만 양형 연구 관련 예산이 2년째 줄어 대법원 내부에서 연구회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대법원이 양형실무연구회 지원 예산을 용도와 다르게 지출했다며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삭감키로 결정했다.
■"예산 1720만원 용도와 달리 집행"
지난 10일 공개된 국회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법사위원들은 대법원이 실무연구회, 워크숍 비용으로 편성된 복리후생비 가운데 1720만원 가량을 당초 목적과 무관하게 집행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 금액을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워크숍 비용과 관련해 "양형제도와 무관한 데 지출하고, 비용 수령한 사람과 집행 일자가 같은 것들이 있다"고 지적하며 법원행정처에 해명을 요구했다. 실무연구회와 워크숍 관련 비용의 집행 일자가 동일한 사례 6건, 비용 수령인명이 동일한 사례 30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대법원은 매년 법관들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실무연구비와 워크숍 비용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이 비용은 다시 △민·형사 재판에 관한 연구를 위한 재판일반경비지원 △양형 정책 및 양형심리절차 연구를 위한 사법정책연구개선 △사법행정 및 직무 역량 강화 워크숍 등과 관련한 사법행정의 효율성 증진 사업 등 3개 세부 사업으로 구분돼 사용된다. 이중 양형제도 연구와 관련해 올해 사법정책연구개선 비용으로 편성된 예산 가운데 1720만원이 양형제도 연구와 무관하게 사용됐다는 것이다.
재판연구관 실무연구회 예산과 관련해 여러 세부 사업에 편성된 예산을 '쪼개기 집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재판관 워크숍에서는 참여하는 사람 인원 대비해 배정하는 예산 지침이 있을 것 같은데 양쪽 명목으로 돈을 초과 지급받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그런 사례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 "세부 사업이 나뉘어 있다 보니 3개 세부 사업별로 재배정하는 과정에서 재무 실무관들의 경험 부족으로 여러 세부 사업에서 일부씩 혼용 집행한 경우가 가끔 있었다"고 해명했다.
■"페널티는 받아야" vs "연달아 감액하면 연구 위축 우려"
최 의원은 "비용 수령인명이 동일한 사례 30건은 뭐라고 설명하실 건가"라며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삭감 의견에 대해 "잘못 집행된 내역이 발견됐다고 하니 이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페널티는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잘못 집행되는 경우가 없도록 개선하자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2022년에 이미 감액됐는데 2개 연도에 연달아 계속 감액하면 실무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연구회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1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내년 사법정책연구개선 사업비는 원안에서 1700만원 감액된 26억2100만원으로 의결됐다. 당초 원안은 2022년도 예산안보다 1600만원 증액된 26억3800만원이었으나 이보다 감액된 것이다. 대법원 예산안 총액은 정부안 대비 1700만원 감액, 135억 증액된 2조816억원으로 의결됐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의결할 예정이다.
새해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 2일이다. 증·감액 요구를 반영한 예산안 심사가 오는 30일까지 끝나지 않으면 정부안이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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