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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40조 푼 빈 살만… 부산엑스포 동력 분산되나

[현장클릭] 40조 푼 빈 살만… 부산엑스포 동력 분산되나
'40조원+α.'

지난 17일, 단일 규모 역대 최대의 '투자 선물 보따리'를 들고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 경제계가 들썩였다. 방한에 맞춰 20개가 넘는 사업 계약과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글로벌 복합 위기로 보릿고개를 겪던 국내 대표 기업들은 '제2의 중동 특수' 기대감에 휩싸였다.

이날 왕세자가 묵던 서울 소공로 롯데호텔에서 1시간 남짓 진행된 합동 접견을 위해 8개 그룹 총수들이 달려간 것만 봐도 빈 살만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글로벌 경영자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총수들이 들쭉날쭉한 왕세자 일정에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동을 놓고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사우디가 2030년 등록 엑스포의 최대 경쟁국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운 투자 선물 앞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 동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시선들이 나왔다.

사우디 리야드는 지난해 10월부터 엑스포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반면 한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기업이 유치전에 돌입해 경쟁국보다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에선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시작하기 전부터 사우디에 밀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반응이 대세였다. 일각에선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하며 네옴시티 수주와 부산엑스포를 맞교환하는 '빅딜설'까지 돌았다.

재계 관계자는 "엑스포는 국가 간 선의의 경쟁인 만큼 빅딜을 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면서도 "기업들 입장에선 엑스포 유치에 매진하면 자칫 사우디의 눈 밖에 날 수 있어 유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준비 기관인 대한상의도 이를 걱정하는 눈치다. 지난 16일 우태희 상의 상근 부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국에서도 주시하는 만큼, 대외적으로 엑스포 유치를 위한 기업들의 특별회비가 공개되면 개별 기업들 입장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정부와 기업이 '코리아 원 팀'을 구성해 전방위 유치 활동에 나선 만큼, 정부에서도 기업들이 흔들리지 않을 방패막이를 마련해 줘야 한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