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소·고발 할 때 상대방의 개인정보 등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공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2년부터 전남에 있는 한 농협의 경제상무로 근무하면서 판매총괄, 시설물 관리 등의 업무를 하다가 2014년 퇴사한 뒤 조합장 선거 출마를 준비했다.
한달 뒤 A씨는 산악회에 가입하면서 발전기금을 기부한 일로 현직 조합장 B씨에게 고발당하자 자신도 B씨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기부행위를 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고발장을 내면서 B씨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녹화자료, B씨의 이름·주소·계좌번호 등이 적힌 꽃배달내역서, 거래내역확인서 등을 함께 제출했다.
이로 인해 A씨는 농협 상무로 지내면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들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성립하려면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이 있어야 하지만 A씨는 그런 목적이 없었다"며 "자료를 경찰에 낸 것은 조합장 비위행위를 고발하기 위한 것이며 개인정보가 외부에 유출될 위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더라도 경찰이 관련 법령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며 "A씨가 직접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개인정보의 누설에는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주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영리나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2심은 "교통사고 증거로 범죄자 얼굴이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하거나 주점에서 발생한 범행과 관련해 업주가 CCTV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처벌된다는 의미"라며 "수사기관에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증거로 내는 모든 행위를 개인정보 누설 행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는 결론이 다시 바뀌었다. A씨가 고소·고발을 위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알려줬다 해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 누설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누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타당하다"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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