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샤이머 교수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에게 매력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키이우=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2.10.11.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휴전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철수, 핵안전보장, 전면적 포로 교환 등 연일 엄격한 협상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10개 항의 평화협상 조건을 제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프랑스어권 국제기구회의(OIF) 연설에서도 같은 조건을 재확인하며 서방의 지지를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은 △핵 안전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포로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군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정의 회복 △환경 파괴 대처 △긴장 고조 예방 △종전 공고화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러시아군 철군과 포로 석방이 우크라이나 측의 핵심적 요구로 보인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선언한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남부 자포리자·헤르손 4개 지역을 비롯해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돌려줘야 종전 합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동부 돈바스를 시작으로 흑해 연안의 서부 항구도시 오데사로 이어지는 동남부 벨트를 완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러시아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더욱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러시아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에 포로로 붙잡혀 있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을 석방시키기 위한 전면적 포로 교환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조건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신나치주의자'(극우 민족주의자) 제거를 주요 전쟁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던 만큼 포로 가운데 이 범주에 속한다고 판단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해 사법 절차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이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밖에도 러시아의 추가적 적대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 자포리자 원전의 우크라이나 통제, 국제시장에 에너지·곡물 안정적 공급, 환경 파괴 복원 비용 러시아 부담, 주권과 영토 보장 등도 종전 조건에 있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변한 러시아라 할지라도 타협점을 찾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세계적 석학이며 국제정치학에서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을 발전시킨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17일 한국일보가 주최한 '2022 코라시아포럼'에서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에게 매력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교착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며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물러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푸틴의 후임자가 푸틴만큼 강경하거나 매파적이라는 증거가 많다. 오히려 더 강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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