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필수코스 된 삼성전자…규제 개선은 '나몰라라'
지난해 7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생산 공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필수 방문코스가 되고 있다.
재계 1위 기업으로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직접 찾아 경제 전문가 이미지와 함께 민생 챙기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하지만 무수한 국회발 규제로 주요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능한 경제통' 이미지 부각 경쟁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위기 대책위원회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전날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았다. 전세계 기술 패권 경쟁 속에 우리나라 대응 전략 모색 차원의 방문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이번 방문을 이재명 대표가 주재하는 최고위원회급 일정으로 검토하다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업장은 여야 정치인들이 철마다 찾는 단골 장소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도 수많은 여야 후보들이 삼성전자를 찾았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삼성전자를 두차례 방문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과 생산과정을 둘러봤다. 당시 이 대표는 "반도체 디지털 대전환기에 핵심 기업으로 계속 성장하길 기대하며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석 달 후인 10월 경기 7개 도시 시장들과 함께 '미래형 스마트벨트 1차 전략발표회' 발표 장소로 낙점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다시 찾았다.
삼성 지배구조를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삼성생명법)을 대표발의하며 '삼성 저격수'로 떠오른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지난해 7월 대선 출마 선언 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박 의원은 당시 "대한민국의 대표 미래 먹거리 산업을 이끄는 기업에 과감한 지원과 규제혁신으로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서도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잇따라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했다. 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지난 4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을, 김수흥 의원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각각 찾았다. 올해 치러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김동연 현 지사와 안민석 의원도 나란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산업 경쟁력 강화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의힘도 선거 철마다 행선지로 삼성전자를 택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현 대구시장·유승민 전 의원 등이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았고,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의원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인력 확충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700만 삼성 주주 지킴이법!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법' 등 발목잡기 규제 여전
정치권이 주기적으로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는 것은 경제통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친기업 성향을 부각시켜 직면한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거나 선거철을 맞아 중도·보수층 공략을 위한 성격이 짙다. 국내 최대 수출 기업이자 미래 먹거리의 핵심인 반도체 핵심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상징적 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삼성전자를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용하는 것과 다르게 입법부에서는 각종 규제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다.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 평가 방식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해야 한다는 게 핵심 내용으로, 주식 보유 한도가 총자산의 3%까지도 제한된다.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지분 중 3%(약 9조원)를 제외한 지분(약 22조원)을 전량 매각해야 해 삼성 지배구조를 저격한 법안으로 지적된다.
특히 삼성생명은 약 22조원 상당의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삼성물산→삼성생명·화재→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조차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법안을 발의하는 정치권의 방문 요청이 쏟아지면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게 기업의 현실"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경제 활력을 이끌 수 있도록 정치권도 규제 개선책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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