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에 주변국 관광 매출만 급증
이미지 변신 꿈꿨지만 정작 경기침체 위기
21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국제 스타디움에서 관중들이 영국과 이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들여 중동 최초의 월드컵을 개최한 카타르가 이웃과 중국, 국제축구연맹(FIFA) 등에게 뜻밖의 돈 보따리를 선물한 뒤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카타르가 산유국이라는 편견을 넘어 국제적인 영향력을 키우려 했지만 뜻을 이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웃 잔치에 신난 중동.. 관광 매출 급증
인구 280만명에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면적의 카타르는 애초에 약 120만명으로 추정되는 이번 월드컵 관광객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현지 당국은 수도 도하에 서둘러 3만개가 넘는 객실을 새로 확보했지만 숙박비 폭등을 막을 수 없었다. 게다가 당국은 주류는 물론 민소매 상의와 반바지를 금지하는 등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관광객에도 적용했다.
이러다 보니 관광객들은 이웃나라에 숙소를 잡고 경기마다 국경을 넘고 있다. 월드컵 시작과 함께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120편), 오만(48편), 사우디아라비아(40편) 사이에 최소 208편의 항공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UAE 택시기업인 카림은 도하에서 402km 떨어진 사우디의 담만 및 알 아샤(257km)를 오가는 택시 노선을 선보였다. 각각 편도 4시간 30분, 3시간씩 걸리는 노선의 이용요금은 둘 다 편도 266달러(약 36만원), 왕복 532달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특히 중동의 관광도시로 유명한 UAE의 두바이가 도하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라는 이점을 활용해 월드컵 관광객을 흡수중이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컨설팅업체인 컨설턴시미는 18일 발표에서 월드컵 덕분에 걸프협력회의(사우디·쿠웨이트·UAE·카타르·오만·바레인)가 얻을 수 있는 관광 매출을 40억달러(약 5조4120억원)라고 추정했다. 이 가운데 6억달러는 카타르가 아닌 주변국에서 가져갈 전망이다. 심지어 카타르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이집트 역시 월드컵 효과에 올라타기 위해 지난 16일, 카타르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이 이집트 방문시 비자를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中·FIFA도 카타르 덕에 웃어
지난달 2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한 시민이 2022 카타르 월드컵의 기념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회 연속으로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중국은 대표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을 카타르에 보냈다. 제조업 기반이 없는 카타르는 경기에 필요한 소모품과 자재 등을 중국에서 조달했다. 중신망 등 중국 매체들은 이달 보도에서 공인구부터 호루라기, 참가국 국기, 기념품 등 월드컵 관련 잡화의 약 70%가 세계 최대 잡화 생산지로 불리는 저장성 이우에서 제작됐다고 전했다.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도하의 메인 경기장인 루사일 스타디움은 중국철도건설국제그룹유한공사가 지었다. 또 다른 경기장인 974 스타디움의 공사와 기타 사회기반시설 건설에도 중국 기업들이 참여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위퉁버스는 전기차 888대를 포함해 약 1500대의 차량을 이번 월드컵에 제공하고 자사의 버스가 월드컵 기간 동안 전체 교통수단의 30%를 차지한다고 자신했다. 이외에도 역대 가장 많은 중국 기업이 이번 월드컵의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으면 이들이 지원한 금액은 약 13억9500만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미 기업들의 후원액(약 11억달러)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FIFA 역시 한몫 챙겼다. AP통신에 따르면 FIFA는 가장 최근 월드컵이 끝난 2019년부터 4년 동안 올해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 후원 계약 및 중계권료 수익 등으로 75억달러를 받았다. FIFA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전에 4년 동안 벌어들인 금액은 64억달러였으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으로 얻은 돈은 57억달러였다. AP는 FIFA가 카타르 국영 기업들과 후원 계약으로 막대한 수입을 벌었다고 분석했다.
카타르, 월드컵 지나면 경기 침체
걸프협력회의 '카타르 월드컵' 관광수입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의 신용등급부문 국장을 맡고 있는 트레버 컬리넌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카타르의 경기침체를 예고했다. 그는 "숙박시설 및 부동산 분야의 과잉공급이 카타르의 경제 활동을 다소 저해할 수 있다"며 "다만 해당 효과가 금융부문의 자산 건전성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도이체벨레 방송은 지난 16일 보도에서 카타르 정부가 이번 월드컵에 투자한 비용이 2000억달러(약 270조원) 이상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2014년(150억달러)과 2018년(116억달러)의 10배 이상이다.
카타르 정부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8개의 경기장 가운데 6곳을 신축했으며 이외에도 100개 이상의 새 호텔과 레저 시설을 건설했다. 동시에 월드컵과 직접 관계가 없는 철도와 도로 역시 연달아 건설했다.
외신들은 카타르가 건설한 시설 중 상당수가 이미 '카타르 국가비전 2030'에 포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천연가스 매장 순위 3위인 카타르는 지난 2008년에 화석연료 시대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해당 계획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월드컵이 기존 투자 계획에 촉매로 작용했다며 카타르의 월드컵 비용을 다른 월드컵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굳이 사업 촉매로 월드컵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카타르는 이번 행사로 자원부국을 넘어 문화적인 역량을 과시하려 했으나 유치 과정에서 FIFA에 뇌물을 뿌렸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동시에 노동 착취 및 성소수자 탄압 등 인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했던 이미지 변신을 이루기 어려울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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