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 매일 2만명 넘어, 베이징도 1000명 웃돌아
- 중앙정부 방역 완화 지시에도 지역은 '요지부동'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한 보행도로 공사가 중단돼 있다. 방역당국은 차오양구에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재택근무를 사실상 명령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2만 80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4월 기록인 역대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중국 각 지방정부가 중앙정부 지침과 반대로 방역을 강화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23일 중국 방역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24시간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2만 8183명으로 집계됐다.
경제수도 상하이 봉쇄 즈음인 지난 4월의 역대 최고 감염자 수(2만 8973명)와 차이는 790명에 불과하다.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누적으로 따지면 28만여명이다. 최근 일주일 동안 매일 2만 2000여명의 새로운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제조 허브’ 광저우와 인구가 가장 많은 충칭에서 매일 6000~8000명이 기록되고 수도 베이징에서도 1000명이 넘는 추세다. 주로 확산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중국 국가질병통제국 2급 순시원 후샹은 전날 방역 상황 브리핑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면서 “확산 범위가 넓은 데다 오미크론 변이의 강한 전파력과 복잡한 감염 경로, 방역 인력과 자원의 부족으로 예방과 통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임의로 층층이 방역 통제하거나, 과도하게 완화해서는 안 된다”며 “제로코로나 원칙을 견지하면서 20가지 방역 최적화 조처를 흔들림 없이 이행해야 한다”고 ‘정밀 방역’ 고수 입장을 밝혔다.
정저우 아이폰 공장 노동자들과 보안요원들이 충돌하는 모습 - 유튜브 갈무리 /사진=뉴스1
하지만 각 지역은 요지부동이다. 중국은 한 지역에서 감염자가 속출한 경우 해당 지역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다. 이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침을 따르는 모양새를 표면적으로만 취할 뿐이다.
이날 아이폰 세계 최대 생산기지인 광저우의 정저우 폭스콘 공장 노동자들이 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동영상과 글이 인터넷에서 확산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수천 명의 폭스콘 노동자들이 방역복을 입고 시위 진압용 방패를 든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수백 명의 노동자가 한밤중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경찰차와 대치한 채 “우리의 권리를 지키자”라고 소리를 질렀다. 경찰차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연막탄!, 최루탄!”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소화기를 뿌리며 맞서는 장면도 있다.
AP와 로이터 등 외신은 시위 도중 한 노동자가 몽둥이에 머리를 맞고, 또 다른 한 명은 팔을 뒤로 붙잡혀 끌려가는 동영상도 게시됐다고 보도했다. 방역복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도로에 누워 있는 노동자를 발로 차는 듯한 행동의 영상도 있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 콰이쇼우에서 수백 명의 노동자가 몽둥이를 들고 “임금을 지급하라”고 외치며 공장 내 모니터와 창문을 부수는 장면이 라이브로 방송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만 콰이쇼우에선 관련 영상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이번 시위가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이어졌으며 노동자들이 폭스콘의 근로 계약 위반에 항의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아파트 외부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도 ‘방역 비상’이긴 마찬가지다. 베이징에선 21일 1426명, 22일 1476명의 신규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왔다.
베이징은 다수의 초·중·고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했고, 차오양공원을 비롯한 주요 공원들이 폐쇄됐다. 시내 주요 지역 식당들은 임시 휴업하거나 배달과 포장 주문만 받고 있다.
아울러 24일부터 공공기관과 국유기업, 일반 회사, 마트, 상점, 식당 등에 들어가거나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핵산검사(PCR) 검사 음성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어 시내 모든 민·관 단위들에 직원의 동선 관리를 강화하고 출근율을 한층 더 낮추며 모임과 오프라인 회의를 줄이라고 23일 추가로 주문했다.
요양원, 아동복지기관 등을 폐쇄 루프 방식(인원의 출입을 통제)으로 관리토록 했으며 시민들에게 부스터 샷을 포함한 백신 접종을 신속히 할 것을 권고했다.
한인 밀집 지역인 차오양구 왕징도 준봉쇄 상황에 접어들었다. 한인 각 커뮤니티엔 자신의 거주지가 봉쇄됐다는 글과 사진이 수시로 올라온다. 여러 명의 특파원, 주재원들도 자택에 격리됐다.
베이징일보는 같은 날 또 다른 한인 거주지역인 순이구의 중국국제전람센터 신관에 병상 1만 개 규모 경증자 격리치료 시설이 가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중앙정부와 베이징 시정부 등이 공동으로 25일 개최 예정이던 과학기술 분야 대규모 행사인 ‘중관춘 포럼’을 내년으로 미룬다고 주최 측이 밝혔다. 주중한국대사관 등도 여러 명이 모이는 회의를 취소하고 있다.
2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의 아파트 한 동이 봉쇄된 모습. 사진=정지우 특파원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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