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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없는 지적능력 개발, 나이듦도 잊게 한다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Weekend 헬스
(11)백세의 반란: 배움에는 연령 한계가 없다
예순 넘겨 한글, 여든 넘겨 중국어…
백살에 러시아어 배운 日 쇼지 박사
'아흔이 대수냐' 사진 배우는 남궁전 옹
후지산·알프스 실사 전시회 열어 눈길
두 '백세 청년' 공통점은 배움의 열정
늙음 개의치 않는 마인드로 성장 추구

마침표 없는 지적능력 개발, 나이듦도 잊게 한다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마침표 없는 지적능력 개발, 나이듦도 잊게 한다 ['장수 박사' 박상철의 홀리 에이징]
박상철 전남대 의대 연구석좌교수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배움에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리고 시간적으로도 결코 한계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일반 세상에서는 나이듦과 배움을 대척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 그런데 백세인의 지적 호기심과 실제로 배움의 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면 배움의 진지함과 삶의 거룩함을 보는 것 같아 옷깃을 여미게 한다.

2007년 도쿄에서 개최된 국제장수의학학술대회에서 쇼지 사브로(昇地三郞) 박사(1906-2013)를 만났다. 그는 공식행사에 앞서 특강하면서 장수인의 활동성에 대한 편견을 송두리째 깨뜨려주었다. 심리학 교수로 은퇴한 다음에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사회봉사 활동을 했다. 만찬장에서 나를 소개하자 바로 우리말로 "한국에서 오셨오" 하고 물었다. 깜짝 놀라서 "예" 했더니 "그러면 우리 한글로 이야기합시다"라며 놀라운 우리말 솜씨를 과시했다. 예순다섯살로 은퇴하고 새롭게 한글을 학습해 자유롭게 구사할 정도가 됐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든살이 넘어서는 중국어를, 그리고 백살에는 러시아어를 새롭게 배우기 시작해 미국 중국 유럽 러시아 등을 돌아다니며 세계일주 강연을 했다. 자신이 개발한 '사브로 식 검도 체조'라고 명명한 운동 프로그램을 시범하면서 신체적으로 완벽한 균형성과 탁월한 유연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말 저 분이 정녕 백세인일까? 의심이 생길 정도였다. 그는 학창시절 선생님이 가르쳐 준 "항상 앞서라(Be in Advance)"를 평생 좌우명으로 삼아 항상 선봉이 되어 격변하는 세상을 이끌고 나갔다.

몇 년 후 사브로 박사의 근황을 들으면서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분이 104세가 되었을 때 브라질로 이민간 일본교포들이 초청하자마자 바로 포르투갈어를 학습하기 시작해 반년 뒤 브라질어로 강연했다는 믿기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은 스스로를 "백세 노인이 아니고, 백세소년, 百世兒, 100 year old boy"라며, 자신이 나이만 백살이지 결코 늙은이가 아닌 아직 젊은이임을 당당하게 과시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새로 배워야 함에 결코 망설이지 않는 영원한 소년의 태도였다.

쇼지 사브로 박사에 못지않은 우리나라의 청년 백세인을 만났다. 우연히 '백세의 반란'이라는 백세인의 사진전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당사자를 수소문해 경기 의정부로 찾아갔다. 그분의 성함은 남궁전님으로 1922년생이었다. 해방 전에 초등학교 교사로 시작해 중학교 교사로 퇴직한 교육자였다. 혼자 사는 아파트에 들어서면서 깨끗하게 정돈된 실내를 보고 도움을 주는 분이 당연히 있으려니 생각했다. 하지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안 청소며 식사 준비를 도움이 없이 모두 본인이 직접하고 있었다. 자녀들이 있어 가끔 반찬과 가사 일을 도와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 본인이 독립적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노인독립이 가능함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퇴직 후 경기 연천군에서 농사지으며 살림하다가 85세 때 의정부로 옮겨 자리잡았다. 젊었을 때부터 트레킹이 취미여서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많은 산들을 동료들과 등산했다. 나이 아흔에 부인과 사별하고 새로운 결심을 했다. 트레킹 다니면서 카메라로 풍광을 똑딱똑딱 찍어왔는데 본격적인 사진을 찍고 싶은 욕망이 생겨 노인복지관과 의정부 영상미디어센터에 등록해 사진촬영 기법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백살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신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동호회에 가입해 야외 실사를 따라나갔을 때 아흔살이 넘다 보니 처음에는 회원들이 약간 꺼리기도 했지만 건강하게 잘 따라 다니니까 근자에는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함께 어울리는 동호회 회원들은 주로 70~80대이기 때문에 20~30년의 나이차를 손쉽게 극복하고 젊은 삶을 즐기고 있었다. 특히 아흔살이 넘어 일본 알프스, 후지산, 유럽 알프스, 히말라야까지 실사 다니며 촬영한 사진들을 모아 건강백세도시를 표방하는 의정부시가 '백세의 반란'이라는 주제로 사진전을 열어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남궁전님이 백세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은 바로 생활습관의 완벽함이었다. 식습관으로는 잡곡밥 위주로 고루고루 먹도록 자신이 직접 준비하고, 운동습관으로는 아침 일어나면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한 다음 매일 집에서 2㎞ 거리에 있는 운동시설까지 천천히 걷다가 빨리 걷는 인터벌워킹 방식으로 왕복 걷기를 했다. 그리고 반환점에 소재한 헬스 기구 10가지를 차례로 모두 사용해 신체를 단련했다.

이러한 생활습관은 바로 백세건강을 보장해주는 절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분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가를 묻자 알프스 3대 미봉(美峰)을 답사하고 촬영했을 때이었으며, 가장 슬펐던 순간은 아흔살에 부인을 사별하였을 때라고 답했다.

그만큼 그 분에게 사진촬영은 인생의 소중한 보람이었으며 그 보람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한평생 살아오면서 후회해본 적이 없으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본인은 그 동안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백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과 똑같이 어우러져 활동하고 다니고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늙음을 의식할 필요도 없었고 늙음을 의식할 짬도 없었다는 말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쇼지 사브로나 남궁전과 같은 백세인들은 연령한계를 초월해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했으며 나이에 상관없이 여전히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호기심을 가진 분들이었다. 설령 백살이 되더라도 나이듦(aging)이 늙음을 벗어나 얼마든지 자람(成長)으로 승화할 수 있음을 보여줘 삶의 나이듦을 거룩하게 만들어 준 분들이다.
소크라테스가 현인인 케팔로스에게 노인에 대하여 묻자 "분별력이 있으면 노년은 견뎌내기 쉽다오. 그렇지 않다면 노년뿐 아니라 청춘도 견디기 어렵다오"라며 노년의 분별력, 즉 지적 활동을 강조했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지적 능력을 개발하는데 게을리하지 않는 배움의 노력이 바로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임을 깨닫게 된다. 이와 같은 젊은 백세인을 만나고 나면 다시금 늙음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가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박상철 전남대 의대 연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