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아톨라 알리 하메이니가 26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혁명수비대 산하 무장경찰인 이른바 바시지 대원들에게 시위 강경 진압을 주문하고 있다. 이란이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무장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어린이 40여명을 포함해 3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유엔은 추산하고 있다. EPA연합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이니가 히잡 착용 반대로 촉발된 반체제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을 옹호하고 나섰다.
26일(이하 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하메이니는 이날 테헤란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의 무장경찰인 바시지(Basij) 대원들을 치하했다.
그는 바시지 대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위대를 '폭도' '폭력배'라고 부르고 이들이 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메이니는 '순결한' 바시지 대원들이 국가를 수호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혁명수비대 산하의 바시지는 지난 9월부터 반체제 시위 진압에 투입됐다.
이란 반체제 시위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체포됐던 22세의 여대생 마샤 아미니가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인터내셔널)는 바시지가 시위대에 "무자비하게 맞서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메이니는 이날 바시지 대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주장을 확인했다.
그는 "적을 전장에서 마주할 때면 바시지가 늘 용맹함과,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하메이니는 이어 "최근 사태에서 보듯 우리의 순결하고 억압당하는 바시지 대원들은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면서 "이들이 폭도들과 폭력배들의 공격 목표가 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란의 강경 진압에 대해 국제 사회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볼커 터크는 앞서 24일 시위 강경진압으로 인해 이란이 '전면적인 인권 위기'에 빠졌다고 경고한 바 있다.
터크는 유엔인권이사회 특별회의에서 이란의 인권 유린에 관한 '독립적이고, 치우치지 않으며, 투명한 조사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제네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47개 이사국에 이란이 '어떤 위협도 되지 않는' 비무장 시위대와 주변 시민들을 살상무기를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터크는 아이들을 포함해 1만4000여 시민들이 시위와 관련돼 체포됐다면서 이 가운데 최소 21명이 사형 선고에 직면해 있고, 6명은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보고했다.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 중에는 유명 이란 배우인 헹거메 가지아니, 카타유안 리아히 등 두 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시위를 지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터크는 유례없는 전국적인 시위가 이란 31개주 전역과 140개 대학, 150여 시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강경진압으로 지난 두 달간 어린이 40여명을 포함해 300여명이 사망했다. 가장 어린 희생자는 아홉살로 추정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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