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앙은행 CBDC 발행 절차 '속도'
민간과 손잡고 내년 봄 실증실험 돌입
현재 24% 불과한 캐시리스 결제비율
2025년까지 40%로 확대가 목표
QR 등 비접촉 결제 늘어나는 추세지만
일본인 민감한 개인정보 보호 등 관건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현금 왕국' 일본이 디지털 엔화 발행을 위한 최종 검증 단계에 돌입했다. 전 세계에서 유독 현금결제 비중이 높은 일본이 캐시리스(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결제비율을 높이고, 종이돈의 사용을 줄이는 데 디지털 엔화 발행이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캐시리스화를 포함한 결제인프라 고도화가 일본의 성장전략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기업·은행 동참 '막판 점검'
27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디지털 엔화 발행을 위해 3개 대형은행 및 지방은행과 실증실험을 하기 위한 조율에 들어갔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내년 봄부터 민간은행 등과 협력해 은행계좌 입출금 등 디지털화폐(CBDC) 거래에 지장이 없는지 검증키로 했다. 약 2년 동안 실증실험을 거친 후 2026년께 CBDC 발행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최종 검증인 만큼 이번 실험에는 기업과 은행은 물론 일반 소비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엔화를 발행하면 소비자는 스마트폰의 특수 앱에서 디지털 엔화를 사용할 수 있다. 당국은 자연재해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CBDC를 사용할 수 있고, 위조 또는 사이버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지를 중점 평가할 방침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민간의 전자화폐와 달리 자금을 즉시 주고받을 수 있고, 외상매출금도 발생하지 않아 결제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내년 봄부터 민간은행과 함께 실시하는 실증실험은 실용화를 위한 최종 단계의 실험으로, 대형은행과 지방은행도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교도통신도 "현 단계 이후 일본은행이 미쓰비시금융그룹, 미즈호금융그룹 등과 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약 90%가 CBDC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실험을 진행 중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도 이미 디지털 위안에 대한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일본은행도 지난해부터 CBDC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내부 검증을 해왔다.
■日 국민들의 지독한 현금사랑
코트라가 발표한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 추진 동향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금융 분야의 국내총생산(GDP) 25조엔 달성, 2025년 6월까지 캐시리스 결제비율 40%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비대면·비접촉 소비가 늘면서 일본에서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현지 캐시리스추진협의회가 발표한 캐시리스 로드맵 2021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 내 전체 결제수단 가운데 비현금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4.2%에 그쳤다.
한국의 캐시리스 비율은 2018년 기준 94.7%로 세계 최고 수준이며, 중국도 77.3%로 매우 높다. 한국과 중국 이외의 나라의 캐시리스 비율도 대략 40~60%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2025년 오사카 엑스포 개최까지 캐시리스 결제 비중을 4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목표치 40%로 설정한 이유는 캐시리스정책 추진을 결정한 시점의 주요국의 캐시리스 결제비율 평균치가 약 40%여서다.
■기업들 나서자 QR 결제 '폭풍성장'
일본은 전체 캐시리스 결제수단 중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고, 이를 중심으로 캐시리스화가 진전돼 왔다. 일본의 캐시리스 결제비율의 세부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9년 기준으로 전체 캐시리스 결제수단 가운데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4.0%로 가장 크다. 이어 전자화폐(1.9%), 직불카드(0.56%), QR코드 결제(0.31%)의 순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발발 이후 일본 내에서도 비접촉 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QR코드 결제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020년 일본 내 QR코드 송금건수는 4만4329건으로 2년 전(2573건)보다 무려 17배 증가했다.
일본 내 QR코드 결제 서비스가 급속도로 보급된 요인 중 하나는 소프트뱅크그룹과 NTT도코모, 라쿠텐그룹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통신사 및 인터넷기업이 포인트 환원 등 공격적인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친 덕분이다.
■개인정보 보호가 캐시리스 확산 변수
일본에서 QR코드 결제를 중심으로 비접촉 결제방식이 급속도로 확산됨에 따라 기존 신용카드 회사도 비접촉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신용카드사 비자는 2020년 신용카드의 비접촉 터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020년 3월 기준 비자의 터치 결제 대응 카드의 발행이 2390만장을 넘어섰고 카드 이용 가능 점포도 음식점, 약국, 서점, 백화점, 상업 시설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인정보에 민감한 일본 국민을 캐시리스로 끌어오려면 고객의 편의성 확보와 동시에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고객 데이터의 철저한 보호 및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0년 일본의 대기업 통신사 NTT도코모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자금이 부정하게 인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세븐일레븐도 2019년 공개한 점포 내 대면결제용 모바일 앱 '7페이'에서 50만달러가 불법으로 사용돼 서비스 시작 후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완전히 폐지됐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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