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들어간 은행권
"대출금리 더 빨리 뛴다" 지적
한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에도
수신금리 올리는 은행 안보여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만 조정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발 빠르게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던 은행들이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제1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권고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누구보다 빠르게' 기준금리 인상 당일에 수신금리를 올렸다. '남들과는 다르게' 기준금리 인상폭 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올리기도 했다. 은행권은 당국 눈치보기가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해왔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주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 스타트를 끊었지만 아직 다른 은행들은 잠잠하다.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코드K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포인트(p) 인상해 가입기간 12월 이상~2년 미만의 경우, 연 5%의 수신금리 상품을 제공한다. 가입 기간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상품 금리는 연 4.2%에서 0.5%p 올려 연 4.7%가 됐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잠잠하다. 올해 들어 한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이례적인 일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달 한은이 7월에 이어 사상 처음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자 은행들은 같은 날 수신금리를 올렸다. 최대 인상 폭은 기준금리 인상 폭의 두 배인 1%p까지도 벌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당시가 비정상이었던 것"이라며 "아이러니하게도 당국의 예대금리차 축소 주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을 고민하는 건 금융당국의 권고 때문이다. 당국은 시중은행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과도하게 벌여 제2금융권에서 은행권(제1금융권)으로 '자금 쏠림'이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제2금융권은 정부에 유동성 부족을 호소해왔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점도 당국에는 부담이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상승한다. 코픽스는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권 변동형 대출금리의 기준이 된다.
그렇다보니 정부가 은행권 관리의 목표로 야심차게 제시한 예대금리차는 외려 더 벌어졌다. 이날 금융권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3·4분기말 잔액 기준 국내 은행의 평균 예대금리차는 2.46%p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2·4분기 2.49%p 이후 8년여 만에 최대 수준이다.
이는 대출금리가 수신금리보다 가파르게 뛰고 있어서다.
지난해 1·4분기 국내 은행의 수신금리는 0.68%, 대출금리는 2.8%로 집계됐다.
예대금리차는 2.12%p 수준이다. 올 3·4분기 수신금리는 1.66%로 0.98%p 올랐다. 그동안 대출금리는 4.12%로 1.32%p 상승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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