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선수들이 25일 월드컵 B조 웨일스와 축구 경기에 앞서 국가를 부르기 위해 줄을 서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란 축구대표팀이 당국으로부터 "고분고분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투옥과 고문을 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한 보안 소식통은 이란 선수들이 지난 21일(한국 시간 기준) B조 1차전 잉글랜드와 경기 때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는 방식으로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뒤 이란 혁명수비대(IRGC) 요원들과의 회의에 소집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선수들이 앞으로 국가를 따라 부르지 않거나 어떤 형태든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면 가족들이 고문을 받거나 감금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 뒤로 이란 선수들은 지난 25일 B조 2차전 웨일스와의 경기 때 국가를 불렀다.
카타르 월드컵 기간 이란의 보안 요원 활동을 관찰 중인 이 소식통은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 수십 명이 차출돼 자국 선수들이 선수단 외부 활동이나 외국인과의 만남에 나서는 등 금지 사항을 어기는지도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은 이유는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서다. 이는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22)가 지난 9월 히잡 등 이슬람 율법이 요구하는 복장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 경찰에 구금되던 중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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