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할 이란 축구 대표팀 선수단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예방해 팀 유니폼을 선물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란의 일부 축구팬들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같은 조인 미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팀의 패배를 원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이란 대표팀 선수들을 배신자로 여기고있다며 정치적 앙숙인 미국과의 경기에서 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팀은 30일 경기를 치를 예정이며 경기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가려진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구속됐던 22세 쿠르드계 여성이 사망하면서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켰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큰 시위로 번졌으며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금까지 어린이 41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를 반대하는 시민들은 이란 대표팀 선수들이 출국에 앞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만났으며 일부 선수들이 고개를 숙인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한 여성은 “축구 선수들은 왜 자기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살상에 관심이 없냐?”며 이번 월드컵 대회 불참을 통해 이란내 잔악 행위를 세계가 주목받게 했어야야 했다고 지적했다.
FT는 이란의 가족들 사이에서도 이란 축구 대표팀 응원을 놓고 분열돼 있다고 전했다.
이란 사회학 협회장 코루시 모하마디는 이 같은 현상은 현재 이란 사회의 높은 불만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민들은 축구를 정치 기구와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 선수들은 연루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월드컵에 출전 중인 이란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21일 조별 예선 첫 경기인 대 잉글랜드전 시작에 앞서 국가가 연주될 때 따라 부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경기에서 6대 2로 대패하자 수도 테헤란의 아파트에서는 환호성이 울리고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서 영국 국기를 흔들기도 했다.
지난 25일 이란이 2차전 예선 경기에서 웨일스에 2 대 0 승리를 거두자 이번에는 친정부 시민들이 거리에서 환호했다.
FT는 현 이란 정부에 반대하고 있는 이란 역대 최다 대표팀 득점 기록 보유자 알리 다에이 등 이란의 옛 축구스타와 현 이란 리그 스타인 보리아 가푸리는 시민들로부터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에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카타르에 초청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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