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축구협회, FIFA에 호날두 골이라는 증거 제출"
[파이낸셜뉴스]
시대를 양분하는 라이벌이었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미지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느낌이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이자 마지막 월드컵을 맞이하는 두 슈퍼스타 선수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팬들은 이제 호날두가 메시의 라이벌이었던 시절마저도 잊어버리고 있다. 어떤 언론에서도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와 호날두를 라이벌로 조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메시의 '라스트 댄스'와 ‘Next 메시’ 음바페의 황제 세대교체에 더 초점을 맞추는 모양세다.
우루과이 전에서 자신의 골인 줄 알고 크게 환호하는 호날두(연합뉴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는 팀을 이끌고 있다. 아르헨의 3골을 모두 견인하며 2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멕시코전에서 시종일관 몰리던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통렬한 중거리포는 아르헨 국민들을 우울증에서 해방시켰다.
호날두는 느낌이 좀 다르다. 포르투갈은 우루과이를 2-0으로 기분좋게 꺾었지만, 논쟁거리도 있었다. 첫 번째 골의 주인이 페르난데스인지 호날두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페르난데스의 득점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이 호날두의 머리에 스치는 듯한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골 당시 왼쪽 코너로 달려가 격렬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모두가 호날두의 득점이라고 생각했지만, 공식적으로 페르난데스의 득점이 됐다. 분석 결과 호날두의 머리에 닿지 않았다는 것이 FIFA의 판정이다.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있는 리오넬 메시(연합뉴스)
포르투갈 축구 협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영국 매체 '스포츠 바이블'은 "포르투갈 축구 협회는 우루과이전 때 나온 골이 페르난데스가 아닌 호날두의 것임을 인정받기 위해 FIFA에 증거를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현지의 반응은 차갑다.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스티브 매들레이 기자는 “모든 사람에 대한 평등해야하는 국가 협회가 한 선수의 골을 다른 선수에게 넘기기 위해 시간을 쏟는 것은 아니다.”라며 포르투갈 협회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동료의 골을 자신의 골이라고 격렬하게 주장하는 모습도 좋아보이지 않는다.
호날두는 이미 월드컵에서 무려 5개 대회에서 득점을 한 전설적인 선수다. 펠레도 하지 못했던 기록이다. 굳이 한 골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반면, 득점자인 페르난데스는 “나는 호날두의 골인 줄 알았다. 누가 골을 넣었든지 승리해서 기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라운드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뤘다는 것"이라는 대인배적인 모습을 보였다.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의 경기에서 포르투갈 페르난데스의 득점 후 호날두가 환호하고 있다. 2022.11.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사진=뉴스1
호날두의 이번 월드컵 경기력 또한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1차전 가나전에서 PK를 얻었지만, 가나 선수단은 “심판의 호날두를 위한 선물이었다”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거기에 포르투갈은 호날두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홍역을 치뤘다. 호날두는 맨유를 공개적으로 맹비난한 탓에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그 덕택에 자신의 5번째 월드컵을 ‘무소속’으로 참가하고 있다. 소집 후 동료들과 불화설까지 터졌다. 호날두는 “내가 원할 때 말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페르난데스의 골이 호날두의 골로 인정된다면 메시와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똑같이 2골을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골에 담긴 의미와 팬들이 체감하는 가치는 현재까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