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27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참여했던 공로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그들의 노력을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김 국무위원장은 둘째 딸을 데리고 나와 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털이 달린 검은색 긴 코트를 입은 둘째 딸은 가죽 롱코트 차림의 김 위원장의 팔짱을 끼며 나란히 걷는가 하면, '화성-17형' 발사 공로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쳐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째 딸로 추정되는 김주애를 연달아 공식 석상에 등장시킨 것을 두고 영국 왕실을 따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주장하는 ‘백두혈통’을 권위 있는 왕조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김씨 일가를 영국이나 일본 왕실 같은 권위 있는 왕조로 만들고 싶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대내외 선전매체들은 지난달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당시 김 총비서가 김주애를 대동하고 나선 장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면서 군부가 김 총비서에게 전한 결의편지에 “오로지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하겠다”고 적힌 점을 부각한 바 있다.
마키노 기자는 “김정은의 경우 선대와 달리 권력투쟁을 경험하지 않고 최고 지도자가 됐는데, 최고지도자가 된 근본은 세습과 백두산 혈통밖에 없다”며 “특히 요즘에는 ‘열린 왕실’이 세계적인 흐름이기 때문에 김정은도 딸을 공개하면서 세계 왕실과 똑같은 권위나 격이 있다고 강조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20년 전에 북한이 일본과 영국 같은 왕실의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북한은 1967년 유일사상체계, 1972년 주체사상을 각각 도입하고 최고지도자 신격화를 진행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매체들이 김주애를 두고 ‘존귀하신 자제분’이라 칭한 것을 거론하며 “북한이 공식 보도에서 존칭을 쓰는 건 최고지도자의 가족, 즉 로열패밀리밖에 없다”며 “이것도 일본 황실에 대한 보도를 참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영국, 일본 등의 왕실을 참고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기들의 권위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하면서 “겉모습만이라도 영국 왕실과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싸구려 모조(cheap imitation)’”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마키노 기자는 둘째만 모습을 드러낸 점에 대해 “외모가 가장 뛰어난 자식을 고른 결과라고 할 수도 있고, (김주애가) 부모님의 큰 애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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