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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예방 우선 중대재해 로드맵, 옥상옥 규제는 안돼야

[fn사설] 예방 우선 중대재해 로드맵, 옥상옥 규제는 안돼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월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중대재해를 대하는 방식을 처벌보다 예방 우선으로 전면 바꿀 것이라고 한다. 현장에 사고가 난 뒤 사후 수습에 급급했던 기존 체제를 확 바꿔 사업장별 사전 자율 규제에 맡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표준안전 보건관리 규정을 만들어 근로자 의무를 명시한 것도 새롭다. 중소기업 등 안전에 취약한 사업장에 대해선 집중 관리도 해준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접근 방법에서 볼 때 적절한 처방이라 평가할 만하다. 기존 정부의 안전 대책은 온통 과잉 규제와 처벌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사업장에선 일단 처벌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면피성 대응이 난무했고 실질적인 예방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사업주 처벌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은 말할 것도 없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이 법은 무리한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에 대해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언급은 없다. 중대재해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다. 중소 영세 업체들은 중대재해로 인한 도산 공포에 벌벌 떤다. 그런데도 정작 사망사고는 줄지 않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지난 10월까지 현장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나 늘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중대재해 로드맵에 구체적인 중대재해법 개선책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 하겠다. 경영계는 예방을 위한 위험성 평가 의무제가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로드맵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내년부터, 중기는 2024년부터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했다. 이에 대한 시정명령, 처벌 규정까지 신설됐다.

자율 규제가 맞는 방향이긴 하지만 기존의 과한 규제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규제가 보태지면 현장은 더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로드맵 이행과 병행할 작업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위험성 평가를 위한 새로운 인프라도 구축해야하고 자의적 법집행 방지를 위한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 감독관의 전문성 확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중복 규제도 해소할 과제다.

무엇보다 절실한 건 누차 지적한 중대재해법 개정이다.
이를 건너뛴다면 로드맵은 경영계 지적대로 옥상옥(屋上屋) 규제가 될 수 있다. 기업 자율의 안전 관리 구축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속한다.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법률 정비에 더욱 힘을 쏟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