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마약범죄로 유죄가 확정돼 입국금지 처분을 받았어도 5년이 도과하면 입국 가능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최기원 판사)은 미국 국적자 A씨가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4년 국내에 거주하며 대마를 수입 및 흡입했다는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그대로 유죄가 확정됐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은 같은 해 10월 A씨에게 출국명령을 내렸고, A씨는 2015년 7월 미국으로 출국했다. 법무부장관은 2015년 6월 A씨에 대해 영구적인 입국금지를 결정했다.
이후 A씨는 2021년 8월 재외동포(F-4) 체류자격 사증발급을 신청했지만,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은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을 이유로 사증발급을 거부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은 마약중독자, 그 밖에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출국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 법무부장관이 입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씨는 6년 전 입국금지 결정만으로 총영사가 사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A씨는 자신이 대한민국 IT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점, 마약범죄를 저지른 뒤 입국금지조치 등을 받더라도 기간이 도과돼 재입국이 허용된 사례가 존재하는 점 등을 이유로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법무부장관의 입국금지결정이 공정력과 불가쟁력을 갖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영구적으로 입국을 금지한 법무부장관의 결정이 행정적으로 구속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주로스앤잴레스총영사관은 사증발급 거부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A씨가 입게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지 않았다"며 "단지 약 6년 전 입국금지 결정을 이유만으로 사증발급을 거부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입국금지결정은 A씨의 2014년 범행을 이유로 이뤄진 제재 조치"라며 "그로부터 약 6년이 경과한 시점에서 이뤄진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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