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법정 처리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4일 막바지 협상을 재개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2+2 협의체'를 열어 여야 견해차로 합의되지 않은 예산안 타결을 시도했다. 5일까지 합의를 도출하면 예산안은 8~9일 본회의 처리 수순을 밟게 된다.
이른바 '윤석열표 예산' '이재명표 예산'을 비롯한 일부 쟁점 예산은 여야 원내대표 간 최종 담판에서 정치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변수이다. 세법개정안, 방송법, 노란봉투법, 안전운임제법 쟁점 입법 대치도 겹쳐 있다. 연내 처리가 불발되면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준예산'이 여권에서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현 정부 중점 예산 등을 감액한 자체 수정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국회 예산안 처리 역사를 돌아보면 법정 시한을 넘겨 12월 말쯤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2013년도 예산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새해 1월 1일 새벽에 처리되기도 했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으로 법정 처리시한이 지나면 정부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20년도 예산안은 12월 10일 처리되면서 이후 최장 지각처리 기록으로 남았다. 내년도 예산은 이를 뛰어넘어 '역대 최장기 지각'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쓸 소지도 있다.
우리는 국회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을 훌쩍 넘기면서 639조원 나라살림이 예산안조정소소위원회(소소위) 손에 맡겨졌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여야가 정치적 쟁점에 대해 최종 담판을 짓는 건 불가피하지만 '쪽지 예산'의 망령은 막아야 한다. 그동안 보류됐던 115건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소위에서 100억원 이상 늘린 사업이 무려 79개였다.
지역구 민원 성격이 강한 철도와 도로 같은 사회기반시설 사업 16개는 평균 175억원 이상 증액됐다. 정쟁에 휘말린 국회가 졸속 심사를 하다 보니 결국 예산이 밀실에서 편법으로 정해지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도 감시받지 않는 '짬짜미 예산'이 얼마나 끼어들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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