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낯선 사람이 데려간 딸
母 이자우씨 "입양아 검사 절실"
한소희(실종 당시)
"어느 곳에 있든 잘살고 있었으면 좋겠고 하루빨리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보육원에서 자랐거나 해외로 입양된 분들은 유전자 검사를 꼭 받으셨으면 해요."
지난 1989년 5월 7개월된 딸(한소희)을 잃어버린 어머니 이자우씨가 반복해서 강조한 말이다. 올해 35세로 성년으로 자랐을 딸을 간절히 만나고 싶은 이씨의 입장에서는 사실상 마지막 희망이 유전자 검사다. 유전자 검사만 이뤄진다면 30년 넘게 찾지 못했던 딸과 다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은 1989년 5월 18일 오후였다. 그날 이씨는 경기도 수원시 남창동 집에 있었고, 그곳에서 소희는 보행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가보니 키가 작은 낯선 아주머니 한명이 있었다. 대뜸 낯선 아주머니가 한다는 말이 "한서우유 보급소에 다니는 진선이·진영이 엄마를 찾는다. 여기서 봤다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내 그런 사람은 모른다고 했는데도 낯선 아주머니는 집으로 들어와 마루에 걸터앉았다. 그러곤 본인의 사연을 털어놨다고 한다.
사연이라고 해봐야 간단했다. 낯선 아주머니가 진선이·진영이 엄마라는 사람에게 380만원의 보증을 서줬는데 야반도주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눈은 소희를 보고 있었다. 또 한다는 말이 소희가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하면서 자신도 소희만 한 애기가 있는데 시어머니한테 맡겨 놓고 야반도주한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집안으로 들어온 낯선 아주머니는 나갈 줄을 몰랐다. 어느덧 오후 6시께가 돼서 이씨는 화장실을 갈 겸 저녁식사 준비도 해야 해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아주 잠깐이었는데 다녀와 보니 소희가 없었다고 한다. 낯선 아주머니가 소희를 데리고 도망간 것이었다.
이씨는 급한 마음에 남편에게 전화했고, 이 사실을 알렸다. 남편은 즉시 신고했고, 경찰도 출동했지만 소희는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뒤쫓아갔다면 소희를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된다"며 "낯선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이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이후 이씨와 가족들은 소희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방송에도 나가고 제보도 많았지만 모두 소희는 아니었다. 이제 남은 희망은 소희가 자신의 출생 사연에 대해 알고 유전자 검사를 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씨는 "친부모와 이별해 성장한 사람들은 자신이 친부모로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면서 "소희에게는 해준 게 너무 없다. 짧은 기간 사랑을 준 것이 전부다. 만나게 된다면 예쁜 옷도 사주고 싶고,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며 소희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렸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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