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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자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ETRI, 무기 박막 트랜지스터 기술 개발
집적도 15배 높으면서 성능 2배로 향상

반도체 소자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ETRI 연구진이 유연(스트레처블) 소재 위에 집적된 신축성 반도체 소자 어레이를 잡아당기고 있다. ETRI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플렉시블전자소자연구실 연구진이 고무줄처럼 2배 이상 늘려도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무기 박막 트랜지스터(TFT) 기술을 개발했다. 이 신축성 있는 무기 반도체 소자는 기존 신축성 산화물 반도체 소자보다 집적도가 약 15배 높으면서 전류구동 성능도 2배 향상됐다.

오힘찬 선임연구원은 6일 "신축성 반도체 소자는 자유롭게 늘리고 접고 비틀 수 있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데 필요한 부품으로, 향후 차세대 디스플레이 반도체 분야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 신축성 전자소자는 반도체 표준공정과 호환될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TV, 자동차, 헬스케어, 스킨트로닉스 등 다양한 스트레처블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신축성 반도체 공정을 더욱 단순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할 예정으로 산업계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신축성 반도체 소자는 주로 유연한 유기물 소재가 사용됐으나 실리콘, 금속산화물 등 단단한 무기물 분야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소재의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전기적 성능과 신뢰성, 내구성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유기물 대신 무기 산화물 전자소자를 신축성 금속 배선 위에 직접 올리는 반도체 소자구조를 개발했다. 고성능 무기질 반도체에 유연성을 더하면서 소자 집적도까지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연구진은 구불구불한 말발굽 형태의 폴리이미드 유연 기판 배선 위에 고성능 산화물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고밀도로 집적해 신축성 소자를 만들었다.
구불구불한 기판이 점차 직선으로 펴지면서 용수철처럼 늘어나는 원리다. 이 신축성 소자로 만든 배선 위에 제작된 산화물반도체 트랜지스터로 LED 작동 실험을 한 결과, 2배까지 100% 늘렸을 때에도 LED가 정상적으로 켜졌다.

기존에는 늘어나는 금속 배선과 늘어나지 않는 전자소자를 반복 연결한 비효율적 공간 구조로 소자 집적도가 떨어졌지만, 이번 개발로 디스플레이 패널의 신축성과 고화질을 한번에 다 잡았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