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진으로 수익성 악화와 자금시장 경색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가 법인세법 개정안을 시급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은 법인세를 낮추고 과표구간도 단일화한 반면 한국은 법인세를 높이고 과표구간도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법인세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한 5가지 이유로 △기업의 주요 재무지표 적색경보 △내년 본격적인 경제한파 대비 △기업 국제경쟁력 제고 △법인세 감세로 투자·고용 확대 등 경제 선순환 효과 기대 △중소·중견기업에 더욱 큰 감세효과 등을 제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3·4분기(누적)를 기준으로 상장사 주요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 최근 기업들의 경영활동성과 재무안정성이 모두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은 2017년 3·4분기 11.1회를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3·4분기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재고 증가로 8.3회까지 떨어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10.4회보다 낮은 수준이다.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선되면서 2018년 3·4분기 중 133.4%까지 올랐으나, 이후 4년 연속 하락하면서 올해 3·4분기에는 122.4%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근 10년 중 최저다. 내년 한국 경제는 수출과 민간소비가 침체되면서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초대형 충격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경연은 법인세율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은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면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이 훼손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10여년간(2012~2022년)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은 법인세율이 평균 7.2%p 하락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평균 2.2%p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법인세율을 3.3%p 인상했다.
실제로 미국 트럼프 정부는 2018년 '세금감면 및 일자리법'을 통과시켜 당초 15~39%에 8개 과표구간의 복잡한 법인세를 21%로 낮추고 과표구간을 단일화했다. 하지만 한국은 같은 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과표구간을 3개에서 4개로 늘렸다. 특히 한국에만 있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세율 20%)도 추가 법인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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