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신용정책 보고서
경기·외환 리스크 등 종합 고려
물가안정 목표로 통화정책 운용
단기금융·채권시장 위축 심화
美 긴축으로 외화조달 악영향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창호 조사총괄팀장,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 홍경식 통화정책국장, 우신욱 정책협력팀장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당분간 금융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가 오름세가 다소 완만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물가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한은은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가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예정이다. 향후 경기둔화 정도, 외환 부문 리스크 완화, 단기금융시장 위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은, "내년도'물가 잡기' 최우선"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8일 한국은행이 의결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12월) 설명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현재로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지만 높은 물가 오름세 때문에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분간 금통위원들의 예상대로 금리인상 기조를 조금 더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은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근 완만한 둔화 속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와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목표 수준을 큰 폭 상회하는 오름세를 보이다가 지난 7월 이후 상승세가 다소 완화됐다. 다만 기조적 인플레이션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최근 3%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크게 높아져 인플레이션 지속성은 강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몇 가지 물가 상방압력 요인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경제주체들의 높아진 물가인식이 임금 등을 매개로 물가 오름세를 확대·지속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차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이변 등에 따른 에너지 및 농수산물 가격 상승 위험도 잠재돼 있다. 또한 달러화 강세가 수입물가 경로를 통해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리스크는 자금경색, 자금유출
한은이 내년도 통화정책 운용에서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는 최근 단기금융·채권 시장 불안과 미국 달러화 유동성 축소의 효과 등이다. 국내 경제성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경색 국면에서는 벗어났으나 기업어음(CP) 시장을 중심으로 한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신용채권금리는 상당폭 하락했으나 CP 금리와 신용스프레드 확대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공사채·은행채 발행물량이 소화되고 발행 스프레드도 낮아졌지만 회사채·여전채 발행부진과 증권사 CP,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차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이 부총재보는 "연말에는 금융기관의 자금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자금수급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면서 "이에 대비해 한은은 6조원보다 좀 더 큰 규모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긴축 통화정책 한국에 악영향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적 통화정책도 국내 외화자금조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글로벌 미국 달러화 유동성이 지난 2·4분기부터 축소되고 있는데, 이는 통상 신흥국에 대한 자금 유입을 줄이고 유출은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직까지는 은행 및 비은행 부문을 통해 국내로 자금유입이 계속되고 있어 영향을 제한적으로만 받고 있다. 하지만 향후 달러화 긴축이 심화된다면 글로벌 은행 간 신용공급이나 기업 외화채권 발행이 위축될 염려가 있다고 평가됐다. 마지막으로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최근 반도체 수요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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