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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덮친 난방비 폭탄… 혹독한 겨울 온다

팍팍해진 살림살이
우크라戰 여파 에너지값 오르며
주택 열요금 8개월간 38% 인상
3분기 근로자 실질소득은 5% ↓
직장인·자영업자 '소비 줄이기'

서민 덮친 난방비 폭탄… 혹독한 겨울 온다
#. 서울 영등포구 아파트에 사는 송모씨(52)는 겨울 초입인 11월분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지서에 적힌 금액은 32만6000원으로 한겨울에 매일같이 난방할 때나 나올 금액이었다. 전년 같은 달(26만8000원) 대비 약 21% 올랐다. 난방비가 12만원, 온수비가 2만6000원으로 관리비의 약 44%를 차지했다. 전년동월과 비교해 사용량은 비슷한데도 너무 높게 난방비가 책정된 것 아니냐는 생각에 관리사무소로 문의하자 "가스비가 올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에서나 겪을 일이라고 생각했던 '겨울 에너지 한파'가 한국 서민들에게도 찾아왔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난방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소득이라도 늘고 물가라도 안정됐으면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모든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실질소득은 되레 줄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올라

12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1Mcal(메가칼로리)당 주택용 열요금(난방·온수 사용량에 부과하는 요금)은 지난 4월 66.98원에서 7월 74.49원을 거쳐 지난달 89.88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3월 말(65.23원)보다 무려 37.8% 급등한 수치다. 열요금이 오른 것은 지난 2019년 8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부족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치솟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난방비 급등이 강타한 계층은 서민이다. 서울 성동구 원룸에서 사는 직장인 조모씨(29)는 "전년보다 월 사용량이 적은데도 요금이 4배 이상 오른 것 같다"며 "겨울에도 난방비가 2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급등하는 난방비 부담에 월급이라도 올랐으면 하는 것이 서민들의 바람이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난방비 등 거의 모든 물가는 오르지만 안 오른 것은 내 월급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의뢰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 3·4분기 가구주의 종사상 지위가 상용근로자인 가구의 실질소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 감소했다. 올 3·4분기 소비자물가지수는 5.9% 올랐는데 명목소득은 0.5%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실질소득은 물가상승을 감안한 소득을 말하며, 명목소득은 연봉 액면가대로의 소득을 말한다.

더구나 물가가 상승하면서 '식(食)'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짜장면, 김밥, 칼국수, 떡볶이, 라면, 해장국 등 서민이 즐겨 찾는 외식메뉴 6종의 지난달 가격상승률이 10%를 넘어섰다. 짜장면이 11.4%로 가장 높았고 김밥(11.1%), 칼국수(11%), 떡볶이(11%), 라면(10.7%), 해장국(10.6%)이 뒤를 이었다.

■서민들, 에너지 긴축에 나서

이런 상황에 서민들은 '난방비 아끼기'에 돌입했다. 사실상 소득감소 상황에서 난방비라도 줄여야 해서다. 오피스텔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32)는 외풍을 막기 위해 창문에 에어캡을 모두 붙였고, 두꺼운 수면바지와 수면양말도 구매했다. 김씨는 "평소에 열이 많아 잘 입지 않는 것들인데, 지난달 요금을 보고 깜짝 놀라 처음 구매했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이모씨(39)는 이달 초 주방에 가스절감기를 설치했다. 두배 가까이 오른 가스비 절감이 목적이다. 이씨는 "냉면 육수 및 곰탕 국물을 내기 위해 계속해서 가스를 틀어놓는데 이대로는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안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