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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집 샀다가 금리 폭탄·집값 추락… '영끌족' 패닉

주식시장도 침체돼 이중고
2030세대 부채증가율 최고
생활비 줄이고 부업까지

금리인상 여파로 무리하게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은 2030 '영끌족'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일부 영끌족들은 늘어난 이자부담과 빚으로 인해 생활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으나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젊은층의 보루였던 주식 시장 마저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어 고통은 배가 되고 있다.

■분양권 사자마자 '폭락'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4.80~7.01%, 변동형 금리는 연 5.24~7.65%로 집계됐다. 고금리에 버티지 못하고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영끌족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인천 부평에 집을 소유하고 있는 박모씨(34)는 지난해 6월 아파트 분양권을 사자마자 '패닉'에 빠졌다. 당시 박씨가 분양권을 사기 위해 지급한 프리미엄은 1억원에 이르지만 현재는 마이너스 피가 붙은 지 오래다. 내년 초에 입주가 예정됐지만 전세는 예상가 대비 1억이나 낮다. 이조차 거래가 안돼 본인이 직접 입주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 일해 연봉도 1억원에 달해 신용대출도 1억2000만원을 받았지만 치솟는 금리에 아무 것도 못하고 있다. 박씨는 "계획에 없던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중도금과 신용대출 등 월 300만원 가까이 빠지게 됐다. 도저히 일이 손에 안잡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젊은 세대들의 가구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1억193만원으로 작년(9966만원)보다 2.1% 늘면서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대 이하(15~29세) 가구주 세대다. 평균 부채가 5014만원으로 1년 전(3550만원)보다 41.2% 급증했다.

■주식도 떨어져 우울한 2030

내년 결혼을 앞둔 변모씨(36)도 걱정이 산더미다. 경기도 화성에 분양으로 신혼집을 마련한 그는 최근 '대출 금리 재산정' 안내를 받았다. 주택 중도금은 일정에 따라 계속 늘어나는데, 금리가 4.42%에서 6.10%까지 늘어난 것이다. 변씨는 "현재 머물고 있는 집의 월세도 10만원이나 늘었다"며 "주식투자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진퇴양난의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변씨의 예비신부는 이자 마련을 위해 마케팅 부업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층의 '탈출구'인 주식 시장도 살얼음판이다. 코스닥, 코스피 양대 지수는 연초 대비 각각 19.42%, 29.50%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에 다니고 있는 석모씨(35)는 "올 초에 와이프와 가계부를 짜면서 주식 수익도 어느정도 감안했었다"며 "현재 1억 넘는 손실을 보고 있어 신혼집 월세, 생활비 등 모든 계획을 다 바꿔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울상을 지었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이 청년들의 우울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들의 근로 의욕 부재와 투기 성향은 개인의 성취와 관련이 깊다"며 "자아실현의 기회가 줄어들어 미래의 불확실성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