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한의사가 진단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누구나 손목에 손가락을 대고 진맥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극 드라마를 보면 남자 어의가 왕비의 손목에 실을 매달아 방 밖에서 진맥을 하는 모습까지 등장한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손목의 맥으로 진단하는 맥진(脈診)은 한의학에서는 오히려 가장 낮은 수준의 진단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가장 높은 수준의 진단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환자의 몸 상태를 눈으로 보고 진단하는 망진(望診)이다. 현대에 이르러 더욱 더 잘 보기 위해 돋보기나 X선, CT, MRI 초음파 등의 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모두 망진에 속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혀의 모습이나 설태 등을 관찰하는 진단법을 설진(舌診)이라고 부른다. 일단 정상적인 혀의 상태는 담홍색깔을 띠면서 얇고 하얀 설태가 고르게 퍼져 있는 경우다. 다시 말해 이런 상태를 제외하면 모두 병증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혀가 창백한 경우에는 빈혈이나 몸에 차가운 병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로 너무 빨간색을 띠는 경우는 열이나 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파랗게 실핏줄이 보일 때는 어혈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검은 색인 경우에는 오래되고 중한 병증일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 설태가 있는 것은 정상이지만 너무 두텁게 나타나면 소화불량이나 기혈순환에 장애가 있음을 의미한다. 또 몸이 냉하거나 담음 즉 노폐물이 많으면 하얗게 나타나고, 화가 많거나 열증이 있으면 노랗게 나타나는데 심하면 검게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설태가 없으면서 혀가 갈라져 있는 경우는 몸에 진액이 부족한 때가 많은데, 발뒤꿈치나 손톱 발톱도 갈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열은 가짜열인 허열(虛熱)이기 때문에 무조건 열을 떨어뜨리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음혈(陰血) 즉 우리 몸의 진액성분을 보충해야만 한다.
그리고 혀 자체에 염증이나 궤양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각종 병균이나 바이러스를 막지 못한 것이기에 면역력이 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이 이를 보고 "많이 피곤한가 보구나"라고 혀를 차며 휴식과 보양을 권했던 것이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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