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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긴축 속도조절...‘피봇(정책전환)’ 전망도 흔들

엇갈리는 긴축 속도조절...‘피봇(정책전환)’ 전망도 흔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지난주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폭을 0.50%p로 좁히면서 통화긴축 속도조절에 관심이 높아졌지만 금리인상 기조를 전환하는 '피봇'을 둘러싼 기대는 엇갈리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년까지 금리인상을 이어간다고 했고 한국은행 역시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시장은 내년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당분간 통화긴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피봇 시기 또한 좀 더 늦어질 전망이다.

긴축폭 줄였지만 통화긴축 장기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면서 통화긴축 정책에 대한 속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0.25%p 베이비스텝으로 좁힌 데 이어 지난주 미국도 0.50%p로 인상폭을 줄이면서다. 일단 통화긴축 속도는 느려졌지만 긴축기조는 지속된다는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 때문에 긴축기조가 길어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실제 금리인상 속도조절로 피봇 가능성도 주목됐지만 중앙은행들은 피봇에 대해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 지속이 적절하며 아직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조기 피봇 기대를 재차 부정하고, 비주택 서비스물가와 노동시장 과열을 우려하면서 내년 기준금리 상단을 5.1%로 기존(4.6%)보다 0.50%p 높였다.

한은 역시 기준 금리 인상기조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 8일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지만 높은 물가 오름세 때문에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금통위원들의 예상대로 금리인상 기조를 조금 더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 폭은 줄였으면서도 금리 상단을 높이는 등 정책 변수가 높아진 것이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지난 15일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긴축 강화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으나 향후 미국 등 주요국의 물가 상황에 따른 정책기대 변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재차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도 미 연준 정책금리의 최종금리 수준 및 지속기간에 대한 기대변화, 주요국 환율의 움직임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 피봇에 대한 기대감 점점 낮아져
때문에 조기 피봇에 대한 기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사실상 긴축 속도 조절이 시작되면서 조기 피봇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미 연준과 한은의 입장을 보면 성급한 피봇 기대감을 경계해야 할 시점인 셈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내년 2·4분기 헤드라인 인플레 궤적이 빠르게 낮아지겠으나 근원 물가가 이를 상회하면서 조기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실제 미 FOMC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16일 장중 1320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300원선으로 하락하며 FOMC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금융시장의 변동성과 피봇 시점이 맞물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건형·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 연준이 2월 0.50%p, 3월 0.25%p 인상할 전망"이라며 "과대 긴축이 노동시장 과열에서 비롯되는 만큼 노동지표 훼손이 나타나는 시기부터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조기에 중단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