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유동성 확보와 대출금리 안정화를 위해 은행채 발행 재개를 추진했지만 은행들의 퇴직연금 금리가 은행채에 비해 여전히 높아 그 효과가 미흡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여전히 5%대의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높은 금리의 정기예적금과 퇴직연금의 유치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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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보다 높은 퇴직연금 금리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중 은행들은 은행채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앞서 지난 10월 하순 이후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은행채는 발행이 되지 않았다. 마지막 발행은 지난 10월 21일 국민은행의 1400억원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채권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의 중단기 자금조달이 안되자 우량 채권인 은행채 발행을 막았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금 유동성 확보와 대출금리 안정화를 위해 채권 발행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금융당국도 은행채 발행이 일부 정상화되면 자금 조달이 원활해지고 예금, 대출금리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의 하락 등으로 이어져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일부 고금리 상품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조달금리 하락을 예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당국이 마련한 은행권 조달대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 12월 현재 5대 시중은행은 1년짜리 정기예금 기준 4.3%에서 4.7%, 퇴직연금 등 일부 상품에선 5.0%이상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일부 상품의 금리는 은행채에 비해 최대 0.5%p 이상 높다. 실제 퇴직연금 포털에 따르면 12월 퇴직연금(DB)의 금리는 신한은행이 5.03%, 농협은행이 5.05%, 하나은행 5.05%, 국민은행 4.99%다. SC제일은행이 5.60%로 가장 높다. 신한은행이 19일 발행한 은행채 2500억원은 1년물의 금리는 4.3%, 우리은행 2800억원 11개월물의 금리는 4.23%였다. 은행채를 발행해 조달하는 것보다 퇴직연금, 예적금을 통한 조달 비용이 높은 것이다.
은행들이 퇴직연금을 통한 조달 비중은 무시하지 못할 규모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295조 6000억원이다. 그 중 은행들이 52.5%(150조원)의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의 올해 6월 기준 총자산이 487조 8000억원에 견줘 보면 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을 통해 조달하는 비중은 적은 편이 아니"라며 "통상적으로 은행이 제시하는 금리는 타 업권에 비해 낮지만 신용등급이 높아,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기대하는 자금의 상당액이 은행권으로 쏠린다"며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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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인상 멈출까
문제는 퇴직연금 금리가 높다보니 대출상품 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경우 은행채는 물론 창구상품과 퇴직연금을 포함한 예적금 등 전반적인 조달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코픽스(COFIX) 금리도 낮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대표적인 대출상품 기준금리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필요한 개인 등 취약차주에게 은행의 문턱을 높이는 결과가 이어진다"면서 "은행들이 조달금리를 더욱 낮추는 노력을 해야 당국의 대책도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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