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준예산 사태가 오면 어떻게 될까

2023년 예산안 '데드라인' 1월 1일
여야 합의 못 이룰 시 준예산 편성
재량지출 297조원 막혀 취약계층 피해
헌정 사상 준예산 사태는 없어

준예산 사태가 오면 어떻게 될까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 시민이 길을 거닐고 있다. 2022.12.1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12월 말까지도 예산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거론되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도 법인세율과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만약 국회가 1월 1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준예산이 편성된다.

준예산은 예산안이 회계연도 개시일까지 통과가 안 되면 정부가 임시로 특정 경비를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뜻한다.

준예산 편성 대상은 △헌법법률에 의해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 운영 경비 △법률상 지출 의무의 이행 경비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경비다.

이는 여야 대치로 예산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정부가 나라 살림을 하지 못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국가에도 이와 같이 예산 성립이 늦어질 경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준예산 사태가 오면 정부가 쓰겠다고 밝힌 639조 원의 재정지출 가운데 297조원의 재량지출이 막힌다는 점이다.

준예산 편성으로 가장 피해 받는 이들은 취약계층이다. 저소득층·노인·장애인 등을 위한 복지사업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월 1일 시행 예정인 '부모 급여(만 0세 아동 가정에 월 70만원, 만 1세는 월 35만원 지급)'를 비롯해 중증 장애인 돌봄 시범사업, 서민을 위한 재난적 의료비 확대, 생계·의료급여 대상 확대도 중단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도 막혀 내수 경제와 고용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정책금융과 보증, 수출 지원금과 무역보험 예산도 끊긴다.

나라 운영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예산만 남고,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은 힘을 못 받게 되는 것이다.

준예산은 1960년 3차 개헌 때 도입됐지만 헌정 사상 단 한번도 시행된 적은 없다.

거대 의석수를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야 할 국민의힘은 자존심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준예산 사태가 올 경우 양당 모두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내년도 경제와 복지의 운명을 쥔 여야가 준예산 사태를 목전에 두고 연말에 빅딜을 이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준예산 사태가 오면 어떻게 될까
예산안 협상을 위해 의장실 향하는 여야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2.12.13 srbaek@yna.co.kr (끝)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