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전기차 태풍에 車반도체 '품귀'… "내년말까지 공급부족"

온세미·인피니온 "설비 확충"
ST마이크로·NXP·넥스페리아 등
車반도체 기업 실적 고공행진
파운드리업체는 수요 부족에 고전

자동차 업체들의 반도체 부족이 최소한 내년 말까지는 갈 것으로 전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내년 말까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주요 자동차 반도체 업체인 미국 온세미 최고경영자(CEO) 하산 엘-쿠리는 자사의 실리콘카바이드반도체(SiC)가 최소 내년 말까지 '매진'된 상태라고 말했다. SiC는 첨단 파워반도체로 주로 전기차에 쓰인다.

엘-쿠리 CEO는 수요가 폭증해 내년 말까지는 납품 예약이 이미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내년에는 매 분기, 매월 고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설비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엘-쿠리는 현재 체코 로즈노프, 한국 부산, 미국 뉴햄프셔의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생산 능력이 30%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사 장기 계약 고객사들이 많다면서 설비 확대를 통해 우선 이들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자동차 반도체 업체 인피니온의 호켄 하네벡 CEO도 최근 뮌헨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자동차 반도체 공급과 관련해 온세미와 비슷한 경고를 했다. 하네벡 CEO는 "상당히 긴 기간 반도체 부족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체들도 반도체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 피아트, 미국 크라이슬러, 프랑스 푸조 3사가 합병한 매출 기준 세계 4위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는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내년 자동차 업계가 고전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기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는 수요 부족에 직면한 가운데 이보다 정밀하지 않은 반도체인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를 비롯해 삼성전자, 인텔 등은 수요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TSMC는 올해 설비투자 지출을 계획했던 것보다 약 10% 줄인 360억달러(약 46조3500억원)로 축소했다.

반면 온세미, 인피니온,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반도체, 넥스페리아 등 자동차 반도체 업체들은 실적 상승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인피니온은 지난달 구체적인 기간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향후 수년간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9%에서 1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인피니온은 아울러 자체 투자 계획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50억유로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독일 드레스덴에 아날로그, 교차 시그널, 파워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반도체 수요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폭증하고 있다. 전기차로 무게중심 이동이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당분간 자동차 반도체 수요 역시 급증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