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 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 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신년 업무보고는 이 자리에서 함께 진행됐다. /사진=뉴시스
기획재정부가 21일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담은 신년 업무보고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했다. 지표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내년 성장률은 1.6%로 올해(2.5%)보다 크게 둔화되고, 수출은 4.5%나 줄어든다. 물가도 상반기까지 지금의 높은 상승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봤다. 하반기 들어 차츰 나아지긴 하겠으나 체감물가는 여전히 고통스러울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고용시장이다. 정부에 따르면 내년 취업자 증가 수는 올해 81만명에서 10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취업자 수가 올해 이례적으로 큰 폭 증가한 탓에 기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고용률만 보면 올해와 내년이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문제는 청년들을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다. 엄혹한 경제환경에서 새해 경영계획을 못 세우는 기업이 절반 이상이다. 올해 기업 공장가동률은 70%대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할 것으로 본다. 신규 채용은커녕 대규모 감원 공포까지 감돈다. 이를 극복할 방법에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 경제정책방향은 전반적으로 가야 할 길이었다. 빚더미 나라살림을 물려받아 건전재정 기조를 다시 세우려 노력한 점은 높이 살 만했다. 정부와 재정 역할을 줄이고 민간 중심의 경제를 복원하겠다는 다짐 역시 시장에 적잖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종말을 고했던 원전산업에 다시 불을 지폈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단호했던 것도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했다고 결코 말할 순 없다. 야심 차게 추진했던 반도체 특별법이나 세법 개정안 등은 줄줄이 거대야당 벽에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정부·여당의 정치력과 뒷심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재부는 내년 정책방향을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으로 잡았다. 규제를 풀고 과중한 세금을 낮춰 민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정책기조와 다르지 않다. 모빌리티, 우주탐사, 양자기술 등 미래산업 육성과 이들 분야의 초격차 확보를 골자로 한 '신성장 4.0 전략'도 공개했다. 이를 위해 중장기 체질개선 계획도 밝혔다. 노동, 교육, 연금 3대 구조개혁과 금융, 서비스, 공공 3대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 큰 그림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제대로 채워나가느냐에 달렸다. 내년 이후론 비전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이 누차 가장 시급하다고 밝힌 노동개혁도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보다 정교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계 설득작업엔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고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제도, 이런 적폐를 청산할 것"이라며 "내년을 3대 개혁 추진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런 의지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기업 발목을 잡는 데 급급했던 야당도 새해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위기 극복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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