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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화학제품 '케모포비아' 방지 위해 과학적 근거 기반한 정보 제공해야"

"리스크 제로가 아닌 관리 목표로 해야"

"생활화학제품 '케모포비아' 방지 위해 과학적 근거 기반한 정보 제공해야"
21일 국회에서 '케모포비아 인식 및 화학물질 안전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진=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

[파이낸셜뉴스] 국민의 건강과 알 권리를 위해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해한 제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책임감 있게 규제하되, 부정확한 정보로 인한 소비자의 불안은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국회에선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주최하고,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가 주관한 '케모포비아 인식 및 화학물질 안전정책 개선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전문가들은 포럼에서 입을 모아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이고 정확한 위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이자 의원은 개회사에서 "적절하게만 사용할 수 있다면 화학물질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는 화학물질에 대한 과학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공돼야 하나, 불행하게도 현실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건강정보와 위해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는 금년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와 서울대학교 유명순 교수 연구팀에서 시행된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를 처음 공개하는 것을 포함해 케모포비아 해소를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집단별로 화학물질 및 생활화학제품 등에 대한 인식에 있어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케모포비아 해소를 위해서는 집단별로 다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위험 인식 수준이 높은 여성과 고령층, 미성년 자녀를 보유한 가정들은 TV, 방송 등에서 주로 정보를 얻기 때문에 이를 통한 위험 소통 강화가 필요하며, 안전행동 이행도가 낮은 미혼남성, 저연령층의 경우 사용설명서에 따라 행동하게끔 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화학물질의 위해성과 관련한 정보를 얻었을 때 신뢰하는 편이지만(50.6%),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렵고(40.1%), 정보를 얻어도 해석하기가 어렵다(69.3%)고 응답하고 있어, 더 많은 정보를 해석하기 쉽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무열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건강위해요인 통합관리'를 예로 들며 "제품중심에서 인체 안전 중심으로 과학적 근거 기반의 통합 평가 및 예방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상황 극복을 위한 연구 개발 지원 △선진적 규제 거버넌스 체계 마련 △교육 컨텐츠 개발과 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기자는 '생활용품 속 화학물질에 대한 언론 보도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조 기자는 "정부는 국민이 과학지식에 무지하다는 전제하에 정화한 정보 전달을 통한 설득의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 일부 언론의 선동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을 유발한 것은 오히려 정부의 정보 비공개 때문이었다"고 강조하며 '언론 보도준칙'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패널토론에는 발제자 세 명을 포함해 산업계, 시민단체, 환경부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했다. 산업계 대표로는 황지섭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화학위원회 위원이 참여했다. 황 위원은 "현재 한국의 산업계는 유럽 같은 상황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인데 가장 큰 문제는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석박사급 인력이 부족하다"고 업계의 현실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유럽 같은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대표로 참석한 미래소비자행동 조윤미 상임대표는 "화학 이슈는 어렵기 때문에 분석이 체계적이어야 하고 이슈 대응이 늘 한 발 느리다고 생각되는데 보다 상시적이고 즉각적이어야 한다"며 "그러면 평소에 이슈 대응이 가능한 네트워크가 가동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대표로 참여한 환경부 권병철 화학제품관리과 과장은 "화학물질 인식조사의 필요성과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과 관련하여 깨달은 바가 많았다"고 언급, "보도준칙에 대한 내용도 다시 한 번 챙겨보고 불필요한 케모포비아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 최재욱 회장은 "화학물질 안전 문제는 '리스크 제로'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접근법이 돼야 할 것”이라며 ”'위해'가 어떤 것인지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 측은 "오늘 토론회가 케모포비아 인식 개선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며, 앞으로도 환경 및 생활용품 안전 문제에 대한 전문가 집단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의 향후 활동 및 관련 정보는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