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남권에 '수장고형 공립미술관'이 들어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서북과 서남, 동북과 동남 등 서울 4개 권역 중 공립미술관이 없는 곳은 동남권이 유일하다. 서울시는 새롭게 건립을 검토하고 있는 수장고형 미술관이 미술에 대한 동남권 지역 주민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명물 '보이만스 판 뵈닝언 미술관'이 유력한 롤모델이다. 건립이 이뤄질 경우 판 뵈닝언의 개방형 수장고처럼 미술관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서초구 서초역 인근 부지에 동남권 최초의 공립미술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시는 해당 미술관을 개방형 수장고 형태로 짓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방형 수장고형 미술관은 소장품을 창고형 마트처럼 보관한 채로 그대로 일반에 공개한다. 작품 감상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작품 수장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다.
미술관 건립 추진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 10월 네덜란드 출장에서 판 뵈닝언 미술관의 수장고를 둘러본 오 시장은 귀국 이후 수장고형 미술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산업진흥원 주최로 열린 '2022서울테크밋업' 강연에서 "(판 뵈닝언의 수장고는) 정말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며 "서울시도 (수장고형 미술관 건립 검토작업에) 착수했고, 전 세계 유명 박물관이 다 이렇게 바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개방형 수장고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품을 보관하는 수장고를 대중에게 개방해 보관과 전시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공간을 말한다. 지난 2021년 공개된 판 뵈닝언 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는 유리그릇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외관과 기존 인식의 틀을 깨는 내부구조를 통해 지역주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의 발길도 사로잡고 있다.
건립은 서초역 인근 부지에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국군정보사령부 부지로 활용되다 2019년 민간 컨소시엄이 매입한 토지 중 공공기여에 해당하는 공간이다.
해당 부지를 매입한 민간기업이 대규모 주거·상업단지 시설 건립을 계획하고 있어 주변 환경과의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시는 아직 검토 초기단계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그간 서울 동남권에 공립미술관이 없었기 때문에 미술관 건립에 대해 꾸준히 검토해왔고, 수장고형 미술관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 매우 초기단계라 다소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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