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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웰다잉에서 생명나눔까지

[강남시선] 웰다잉에서 생명나눔까지
최근 대장암 투병 중인 '축구황제' 펠레가 화학치료를 멈추고 연명치료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명치료 중단은 임종기에 접어든 환자가 말기환자의 생명만 무의미하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중단하거나 시작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고 사망이 임박한 상태일 때 '웰다잉' 관점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게 된다. 연명의료를 중단하게 되면 임종을 앞두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중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명치료 중단이 왜 '웰다잉'과 연결되는 것일까.

사전적으로 살펴보면 웰다잉은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웰엔딩(Well-Ending)이라고도 한다. 좁게는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과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의미하고, 넓게는 일상에서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하지만 '웰다잉'에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7년부터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해지면서 사전에 연명치료를 중단하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뇌사가 됐을 때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신청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지난해 기준 17만명에 불과하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회의에 참석했을 때 국내 장기기증이 연간 442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각보다 너무 적은 숫자였다.

반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3182명이나 된다. 신장이식 수혜자가 장기이식을 받으려면 조직형이 적합한 기증자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장이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평균 기간은 1955일(약 5년4개월)이다. 기증자를 만나지 못한 수혜자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실제 지난해에만 장기이식 대기자 중 248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장기이식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은 아직도 식물인간과 뇌사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뇌사는 뇌졸중, 외상 등에 의해 뇌의 기능이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손상돼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뇌사 상태가 되면 며칠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된다. 식물인간은 뇌 손상이 있어도 '뇌줄기' 부분은 보존돼 있기 때문에 인지능력은 없지만 몸의 기능이 유지되는 상태다. 따라서 연명치료를 중단해도 사망하지 않는다.


1명의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하면 평균 3~4명,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장기기증이 가능한 장기는 신장, 간장, 심장, 췌장, 골수, 각막, 폐 등 7가지이며 이외에도 피부, 뼈, 연골, 인대, 혈관 등 인체조직도 기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뇌사 기증률은 인구 100만명당 9.22명으로 미국(38.03명), 스페인(37.97명), 영국(18.68명)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낮은 편이다. 이제 웰다잉을 넘어 생명나눔 실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보면 어떨까.

pompom@fnnews.com 정명진 중기생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