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투자저축은행이 최근 8억원 횡령 사건에 대해 소속 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에 대출을 내줄 때 자금 집행과 사후관리를 혼자 담당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 직원이 8억원대 대출금을 빼돌려 명품 구입과 코인 선물거래에 쓴 것으로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횡령금 대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업계 내부 정보에 따르면 한국투자저축은행 위탁매매(BK·브로커리지) 팀에서 근무하던 4년 차 직원 A씨는 직장 동료들의 눈을 피해 8억원가량을 본인 계좌로 송금했다. 팀원이 모두 퇴근한 뒤 텔러마감을 해지하고 2000만원 이하 소액을 지난 4월부터 12월 적발 시까지 약 40회에 걸쳐 꾸준히 빼냈다. 텔러마감은 당일 거래한 총 금액에 대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업무를 마감하는 일을 말한다.
A씨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대출금 송금에 책임자 결재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회사 측은 파악했다. 일반적으로 텔러마감을 해지하려면 팀장급 결재자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다만 팀 업무 편의상 비밀번호를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A씨가 이를 손쉽게 해지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2000만원 이내 금액의 경우 책임자 결재 없이 송금할 수 있도록 설정해뒀다.
한국투자저축은행 BK팀은 기업 등에 대한 자금 집행과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담당 부서에서 대출 승인이 떨어지면 금액을 조금씩 나눠 입금해 준다. 거래명세서 발급 등 사후관리와 관련한 요청도 이 팀에서 처리한다.
A씨는 2개 기업금융팀의 단독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주를 횡령 대상으로 설정했다. 거래명세 요청이 비교적 적은 차주다. 피해 차주로부터 거래명세서 요청이 오면 저축은행중앙회단말(IFIS)에서 여신거래명세를 엑셀 파일로 추출, 2000만원의 여신 거래명세만 삭제해 보내줬다.
이 사건은 한국투자저축은행 기업금융팀 소속 직원이 차주와 만난 자리에서 BK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여신거래명세서를 발급해주면서 발각됐다. 차주가 이전과 다른 거래명세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다.
회사는 횡령금 손실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A씨는 이 금액 일부를 명품 구입에 이용, 대부분은 코인 선물거래에 탕진했다고 전해졌다. 8억원 대부분은 회수 불가 상태고 A씨도 가지고 있는 자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seung@fnnews.com 이승연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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