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대통령 인수위원회 출입기자와 태영호 국회의원실 비서 등을 사칭한 조직이 북한의 해킹조직인 사실이 드러났다.
2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버수사국은 지난 4월28일 발송된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입기자를 사칭한 전자우편과 '태영호 국회의원실' 비서를 사칭한 전자우편(5월7일) '국립외교원'을 사칭한 전자우편(10월26일)에 대한 수사결과, 2013년부터 파악된 북한의 특정 해킹조직 소행으로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북한 해킹조직은 국내외 무차별 해킹을 통해 26개국 326대(국내 87대)의 서버 컴퓨터를 장악하며 사이버테러를 위한 기반을 확보했고, 이를 수사기관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한 아이피(IP) 주소 세탁용 경유지로 이용했다.
북한 해킹조직은 IP주소를 세탁한 뒤, 기자·국회의원실 등을 사칭하며 피싱 사이트로 유도하거나 악성 프로그램을 첨부한 전자우편을 외교·통일·안보·국방 전문가에게 발송했다. 이러한 사칭 전자우편은 최소 892명에게 발송됐다.
피싱 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한 외교·통일·안보·국방 분야 종사자 49명이 확인됐으며, 북한 해킹조직은 이들 피해자의 송·수신 전자우편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첨부 문서와 주소록등을 빼내 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북한 해킹조직이 금품 요구 악성 프로그램(랜섬웨어)을 유포한 사실이 국내에서는 최초로 확인됐다"며 "장악한 서버 중 일부에는 랜섬웨어를 감염시켜 금전을 요구했으며, 확인된 피해 규모는 국내 13개 업체의 서버 19대"라고 설명했다.
경찰청등 정부 기관은 그간 국내외 민간 보안업체에서 일명‘김수키(Kimsuky)’ 등으로 명명한 북한의 특정 해킹조직을 여러 차례 수사한 바 있으며, 이번 사건 또한 기존 북한발로 규명된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건(2014년)' 및'국가안보실 사칭 전자우편 발송사건(2016년)'과 비교해 △공격 근원지의 아이피(IP) 주소 △해외 사이트의 가입정보 △ 경유지 침입.관리 수법 △악성 프로그램의 특징 등이 같고 △ 북한 어휘를 사용하는 점 △범행대상이 외교·통일·안보·국방 전문가로 일관된 점 등을 근거로 같은 북한 해킹조직의 소행으로 판단했다.
경찰청은 피해자와 소속 기업에 피해 사실을 통보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 및 백신업체와 협력해 피싱 사이트를 차단하는 한편, 관계기관에 북한 해킹조직의 침입 수법·해킹 도구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해 정보보호 정책 수립에 활용하도록 했다.
경찰청은 북한의 이러한 시도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전산망에 대한 접근통제, 전자우편 암호의 주기적 변경 및 2단계 인증 설정, 다른 국가로부터의 접속 차단 등 보안 설정 강화를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치안 역량을 총동원해 조직적 사이버 공격을 탐지, 추적함과 동시에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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