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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연말·연초 여야 극한대치 예고, 협치는 요원한가

협상 상실, 진영논리만 난무
새해 예산안 최악 지각 처리

[fn사설] 연말·연초 여야 극한대치 예고, 협치는 요원한가
지난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의결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성탄절인 25일 여야는 기습 한파와 국내외 경제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을 바탕으로 취약계층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말뿐이다. 지난 24일 638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법정 처리 기간을 무려 22일이나 넘긴 최악의 예산안 지각 처리라는 명예롭지 못한 기록을 남겼다. 여야 대립의 골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봉합에 급급했기 때문에 연말·연초 정국에서 또 한 차례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2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내년부터 효력이 사라지는 일몰조항 관련 법안 처리를 두고 불꽃 튀기는 다툼이 벌어질 모양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2025년까지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가 일몰조항 관련 법안의 첫 머리를 장식할 정도로 시급하다.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를 하며 폐지 및 확대를 요구한 사안이다. 애초 3년 연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파업한 만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예산정국 최대 쟁점이었던 법인세 인하 못지않게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주52시간에 추가로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일몰조항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여건을 고려해 일몰 연장을 주장하고 있으나, 야당은 폐지 입장이다.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 일몰연장 조항을 두고서도 야당은 폐지, 여당은 한시적 일몰 연장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우선 처리 리스트 상단에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은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강력한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을 뒷받침하겠다며 노동조합 재정 운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법안 정비를 예고하고 있어서 여야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뇌관이다.

28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인 민주당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역시 도화선이 될 소지가 높다.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민주당이 자유투표로 부결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내년 1월 7일 종료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의 기간 연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 문제가 내년 연초 정국을 혼돈의 미궁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
정치는 협상의 무대이자 결과라는 말이 무색하다. 정쟁만 일삼는 한국 정치에서 협치의 미덕은 보이지 않는다.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며 자기 편만 챙기는 꼴이 볼썽사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