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내년 분양시장도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건설현장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주택거래가 얼어붙으면서 분양시장도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분양시장 관망세가 더 짙어질 전망이다.
입지, 학군 등이 우수하거나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대단지는 실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외 지역의 경우 미분양을 피해갈 수 없어 일부 건설사들이 할인분양이나 후분양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더 지켜보겠다" 관망세 짙어져
2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4만 7217가구로 1년 전인 지난해 10월 1만 4075가구에 비해 3배 넘게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2·4분기만해도 민간아파트 초기분양률은 98.3%였는데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미분양세대는 2021년 9월 1만4000가구를 저점으로 증가해 10월말 기준 4만 7000세대로 전월 대비 13.5% 증가했다.
특히 실수요가 꾸준했던 서울 조차도 미분양이 하반기 들어 급증하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미분양은 866가구로 이는 2016년 3월 800가구를 넘긴 이후 6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양시장에서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관망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미분양 물건을 ‘줍줍’하거나 '무피'(프리미엄 없이 분양가 매매) 혹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로 분양권을 구매할 경우 원하는 동호수를 선택할 수 있는데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수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청약을 고민 중인데 이런 분위기에서는 수도권과 서울에서도 할인분양을 기대해볼 법하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다만 서울의 경우 아직까지 할인분양까지 가려면 좀 시간이 걸려 보이고 줍줍이나 무피정도를 기대하며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양극화 현상 깊어질 듯
건설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높아진 원가부담을 분양가에 포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분양 리스크를 피하고자 할인분양을 진행할지, 아니면 분양 일정을 미루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지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할인분양에 대해 건설사들은 내년까진 버티는 곳들이 많을 것이란 의견이 다수다.
국내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내리면 조합원의 분담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쉽게 분양가를 할인하는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분양일정을 조정해가면서 내년 정도까지는 버티려는 건설사들이 많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양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것 역시 비용이기에 일정 시기가 지나도 주택 매수 관망세가 유지된다면 내년부턴 할인분양으로라도 미분양을 줄이려는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가 낮거나 주변 입지 등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곳들 위주로 할인분양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 김현 책임연구원은 “주택매수 관망세로 미분양주택이 증가함에 따라 높아진 원가부담을 분양가에 전이시키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브랜드인지도가 우수한 A 급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에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으나, BBB급의 경우 분양 관련 비용이 다수 발생하며 업종 전반적으로 전년도와 유사하거나 소폭 하락한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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