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26일 한국형 레몬법을 손보기로 했다. 서울 시내의 한 자동차 판매 대리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도입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소비자 권익보호 효과가 유명무실한 '한국형 레몬법'(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 조항)이 수술대에 오를 모양이다. 국토교통부는 레몬법의 성과분석 결과를 토대로 조정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정부는 조정절차가 도입되면 교환·환불 판정 외 보상·수리 결정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기준 소비자가 반복 고장차량의 신차 교환을 위해 심의위에 중재를 신청한 사례는 모두 187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중재심의위)의 중재 판정에 따라 이루어진 교환은 6건, 환불은 5건에 불과했다. 요건 확인이 어려워 각하 또는 기각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2019년 79건 신청에서 2020년 668건, 2021년 707건이었다가 올해는 417건으로 줄었다. 소비자와 제조사가 합의해 취하한 경우도 교환 107건, 환불 120건에 달했다.
신청건수 대비 교환·환불이 1%도 되지 않을뿐더러 취하·각하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은 실정이다. 반복적으로 결함이 발생해도 소비자가 이를 입증하고 보상받는 확률이 높지 않아 법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자동차 제조사의 로비에 밀려 중재 판정서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맹점도 안고 있다. 1975년에 법을 제정한 미국에선 레몬법이 의무사항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강제성이 없어 권고사항에 불과하다. 미국은 소비자 중심의 공공기관에서 조사에 나서 제조사가 무결함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일정 기간 내에 동일한 하자가 반복되는 경우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2019년 1월 시행됐다. 출고 후 1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2만㎞ 이내 차량이 대상이고, 동일한 중대하자 2회(중대하자 외 3회) 이상 발생 경우 중재 신청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볼 때 독소조항투성이 레몬법을 개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조사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해 실제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바꿔야 하고, 업체들의 방어적인 태도도 문제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한국형 레몬법은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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