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수출 플러스로 총력전
반도체 찔끔 지원으론 역부족
미국 윌리엄슨 카운티 당국이 공개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기존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삼성 고속도로' 건축 계획 도면. Future Country Road로 표기된 도로가 이번에 명명된 '삼성 고속도로'다. /사진=윌리엄슨 카운티 제공
산업자원부가 내년 역성장이 예상되는 수출을 플러스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을 27일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서다. 팬데믹 광풍 속에서도 한국 성장을 견인했던 힘이 수출이다. 지난 3·4분기까지도 수출은 호조세였다. 이 기간 수출 누적 순위는 세계 6위였을 정도다. 하지만 전 세계 긴축정책과 맞물린 글로벌 장기침체 국면에서 수출전선은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년 4.5%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고된 것인데 정부가 뒤집어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범부처 역량을 총결집해 6800억달러 이상 수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대인 360조원 무역금융 지원, 청년 무역인 매년 1500명 양성 등의 계획도 나왔다. 체코, 필리핀, 영국 등에서 전방위로 원전시장을 개척하고 방산·플랜트 수주 총력 지원에도 나선다. 10대 업종 100조원 투자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저변 확대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고 정책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치 않은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수출 걱정을 하면서 수출에서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모르는 척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기 반도체가 국가안보산업이 된 지 이미 오래됐다. 개별기업의 분투로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라는 사실도 명백하다. 세계 각국이 자국 반도체기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파격 혜택은 자국 내 반도체 투자를 하는 해외기업 전부가 대상이다. 경쟁국들의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은 겨우 8%(대기업 기준)가 된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핵심 인프라 지원도 마찬가지다. 미국 텍사스주 당국은 삼성의 이름을 딴 고속도로(Samsung Highway)까지 만들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텍사스주 테일러시는 삼성전자가 대형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곳이다. 새 도로는 삼성 반도체 공장과 기존 고속도로를 잇는 4차선이다. 당국은 삼성 공장 주변의 도로 연장, 재건 공사도 함께 진행 중이라고 한다. 물류의 원활한 흐름을 돕기 위한 차원이다. 이런 정성과 노력은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용두사미가 된 우리의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투자세액공제와 관련해 세수 부족을 걱정한 정부 제안대로 찔끔 인상(2%p)으로 끝난 것은 두고두고 비판받을 일이다. 여당이 의기양양해하며 제안했던 공제율이 20%였다. 감세에 인색한 야당도 10%를 제시했다. 인재양성 차원에서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를 풀어주기로 했으나 특혜 시비에 걸려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반도체 특화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조항도 대폭 후퇴했다.
이러고 반도체 강국을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반도체 침체 사이클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돌파구를 기업과 정부와 함께 찾을 수밖에 없다. K-칩스법을 손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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