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점거농성은 건조물 침입죄?… 개방성 여부가 관건

식당·마트 등 일반인 출입 공간은 주거·건조물침입죄 성립 안돼
당사·회사 본사는 유죄 가능성

노동조합이 점거 농성을 하면서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받아 경찰 수사를 받거나 기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일부 피고인들은 무죄를 받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점거 대상이 개방된 곳인지 아닌지에 따라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는 기준이 갈린다는 의견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기존 건조물침입 대법원 판례는 범죄 의도가 있다면 통상적으로 해당 건물에 출입하던 사람이라도 "건조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했다"는 취지로 건조물침입 혐의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판례에선 건물의 개방성 여부도 불법성 여부를 따질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9월 7일 업무방해와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전국마트산업노조 간부와 조합원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5월 28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매장에서 홈플러스 대표이사 등에게 노조원들의 해고와 전보 발령에 대해 항의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2층 매장이 영업시간 중에는 출입 자격 등의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이유로 삼았다.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영업시간에 정문과 매장 입구를 차례로 통과해 2층에 다다랐지만 그때까지 보안요원이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죄로 볼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법조계에선 지난 26일 민주당사에서 점거농성한 노조원들의 경우 유죄 판단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사는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고, 출입증과 신분증 등을 확인하는 등 제한적으로 입장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사 건물에 무단 진입했으므로 건조물침입 유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화물연대소속 조합원의 하이트진로 본사 1층 로비 진입 사건의 경우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판결이 다를 전망이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 판례가 범죄 목적이라도 식당같이 개방된 곳에 들어가는 것은 주거 침입이나 건조물 침입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면서도 "하지만 개방된 곳은 보통 일반인 누구라도 다닐 수 있는 곳을 의미하는데 일반 회사 본사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사에 진입하지 않고 당사 앞 도로에서 시위를 진행한 노조원과 쿠팡 건물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간 노조원의 경우에는 건물 바깥이므로 건조물침입죄가 적용되지 않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된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