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거구에서 1명만 당선
영-호남 특정 정당 독식 등 현행 소선구제 부작용 지적
민주 "중대선거구제 폐해 더 커"
국힘 내부도 찬성-반대 엇갈려
새해 첫 원내대책회의 연 여야여야 지도부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연장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증인채택 등에서 이견을 보여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위쪽 사진·가운데)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운데)가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안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박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운을 뗀 총선 룰 '중대선거구제 개편론'에 점차 불이 붙고 있다. 다만 국회의원들이 현행 소선거구제로 국회에 입성한 만큼 반발의 벽이 높을 것으로 보여 최종 제도개선 현실화까지는 난관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한 언론과의 신년인터뷰에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김 의장이 "3월 초순까지 총선 선거 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점차 논의에 불이붙는 양상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선거구제의 폐단들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며 "이제라도 각 선거구제 장단점을 치열하게 토론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출신의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페이스북에 "1988년 13대 총선 이후 지속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해 왔다"며 "협치가 실종되고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썼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경우 영·호남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의 독식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정당간 이념 갈등으로 인해 각종 민생 법안은 물론 예산안 심의 등에서도 대립각이 심화되는 등 당리당략에 따라 갈등과 반목이 되풀이되어 온 만큼 '지역주의'를 깨기 위해서라도 선거구제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대선거구제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여러 당선자 배출이 가능하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보다 군소 정당 후보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현행 소선거구제 하에선 여야간 양당구조에 의해 양보 및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정치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소선거구제에서는 어느 곳을 가도 기호 1번 아니면 2번이 이긴다"며 "공천만 받으면 70%는 당선이다. 수도권에서도 1, 2번 싸움이지 3, 4, 5번은 (거의 당선과) 관계없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능사가 아니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중대선거구제가 오히려 거대 정당들이 '나눠먹기'를 하기 훨씬 편리한 편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소선거구제가 마치 '승자 독식'인 것처럼 얘기하고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이 현재까지 증명된 바"라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정치개혁 특별위원장이었던 김태년 민주당 의원도 본지와 통화에서 "대통령제에 맞는 선거제와 정당 구조가 있고 내각제에 맞는 선거제가 있는 것"이라며 동조했다. 특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선거구제 개편론을 꺼낸 배경에는 '정부심판론'을 피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지금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 반대하기에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정개특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도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각 지역 현안 사업들이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현안 사업들에는 기획재정부가 얘기하는 경제 논리만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지역에 절실한 사업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구 의원이 잘 아는데 선거구를 넓히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는 주장이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정경수 서지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