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제자에게 속옷 패션쇼 영상을 휴대전화로 보냈다가 직위 해제된 교사가 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리했다.
4일 인천지법 행정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교사 A씨가 인천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직위해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21년 12월 A씨가 받은 직위해제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인천시교육감이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1월 휴대전화 메신저를 이용해 여고생 제자 B양에게 영상 링크를 하나 전송했다. 4분 길이의 해당 영상에는 세계적인 팝가수인 리한나가 노래할 때 여성 모델들이 속옷 중심의 의상을 입고 패션쇼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가 수천만 회에 달하는 인기 영상으로, 미성년자 제한 콘텐츠도 아니었다.
한 달 뒤 B양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B양은 “(선생님에게) 해당 가수의 노래 영상을 보내달라고 한 사실은 있지만, 속옷 패션쇼 영상을 보내달라고 한 적은 없다”며 “선생님이 학생에게 보낼 영상은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인천시교육청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A씨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 그 사이 경찰은 A씨에게 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는 적용하기 어렵지만,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는 있다고 보고 아동보호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를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 속 속옷 모델들의 노출 정도가 심하지 않으며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지도 않았고, 아동복지법상 금지되는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근거로 직위해제 처분을 한 인천시교육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단지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직위해제를 했다”며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해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영상은 유튜브 조회 수가 4900만회에 이르고 쉽게 검색할 수 있다”며 “미성년자에게 검색이 제한된 영상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가수의 공연과 패션쇼가 결합한 영상물로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유가 존재하지 않은 직위해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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