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배우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위팅. 사진=파라마운트 픽처스
[파이낸셜뉴스] 로맨스 영화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1968)에서 각각 주연을 맡은 올리비아 핫세(71)와 레너드 위팅(72)이 10대 시절 속아서 촬영, 성추행 및 아동 착취를 당했다며 제작사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5억달러(약 6394억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핫세와 위팅은 ‘로미오와 줄리엣’ 후반부에 나오는 침실 장면이 주연 배우들 모르게 나체로 촬영됐으며, 이는 성추행과 아동 착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두 배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1심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출연 제의를 했을 당시 나체 장면 등이 없다고 설득해 출연을 결심했지만 촬영 당시에는 말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두 배우에 따르면 제피렐리 감독은 누드 촬영은 없을 것이고 침실 장면에선 피부색 속옷을 입고 촬영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촬영 당일이 되자 비치는 속옷을 입게 하더니 나중에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영화가 망한다”며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결국 두 배우는 속옷 없이 바디 메이크업을 한 채로 활영해야 했고, 맨몸이 드러나지 않게 카메라 위치를 조정하겠다고 한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실제 영화에는 두 배우의 엉덩이와 가슴이 그대로 노출됐다.
당시 핫세는 15세, 위팅은 16세였다. 이들은 “결국 베드신이 주연 배우들 모르게 나체로 촬영됐으며 이는 성추행과 아동 착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파라마운트가 청소년의 나체 장면이 담긴 영화를 배급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올리비아 핫세, 레너드 위팅(왼쪽부터). 연합뉴스
해당 영화가 개봉한 지 무려 55년이 지나, 당시 메가폰을 잡았던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은 2019년 세상을 떠났다.
두 배우의 비즈니스 매니저는 “그들이 들은 내용과 실제 영화에 나온 것은 완전히 달랐다”면서 “그들은 제피렐리 감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열여섯 살이라면 자신들이 믿는 사람의 말을 거역할 수 없는 나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55년간 분노와 우울증에 시달려 왔으며 이 일 때문에 많은 취업 기회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두 배우는 이 작품을 제외하고는 괄목할 만한 활동이 없었다.
핫세와 위팅은 이로 인해 수십 년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영화사가 벌어들인 수익을 고려할 때 5억 달러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파라마운트 픽처스 측은 소송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없앤 캘리포니아 법에 따라 이뤄졌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2020년 법 개정에서 3년간 성인이 어린 시절에 겪은 성범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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