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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의 작심 비판 “집행유예, 사실상 부유층 면죄부 아니냐”

현직 검사의 작심 비판 “집행유예, 사실상 부유층 면죄부 아니냐”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현직 검사가 ‘집행유예 제도’가 사실상 부유층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서강원(42·변호사시험 1회) 검사는 최근 대검찰청 계간 논문집 ‘형사법의 신동향’ 겨울호에 ‘우리나라 집행유예 제도의 문제점과 그 개선방안 : 미국 probation 제도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게재하고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서 검사는 논문 초록에서 “법무연수원의 2020년 통계에따르면 제1심 형사공판사건 처리결과 중 정기형이 26.1%, 집행유예가 34.3%로 나타났다”며 “피고인으로서는 아무리 유죄라고 하더라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즉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으므로 오히려 벌금형보다 집행유예를 선호하는 ‘형벌의 부조화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서 검사는 “(집행유예 제도가) 범죄경력이 별다른 의미 없는 부유층들에게는 면죄부와 같은기능을 하므로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검사는 이어 “우리나라의 집행유예 제도는 보호관찰의 부과를 임의규정으로 두고 있으므로 단순집행유예의 경우 그야말로 ‘유죄의 선언’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강제력 있는 조건으로 두지 않고 있으므로 피해자로서는 별도로 민사재판을 진행하거나 법적 구속력이 없는 원외(院外) 합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우리 형법에는 일부 집행유예 및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는 일반규정이 없으므로 법원으로서는 각 사안에 적합한 형사 처벌을 부과할 수 있는 재량권도 제한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서 검사는 우리나라 집행유예 제도와 유사한 ‘미국식 집행유예’(probation) 제도를 참고해 우리나라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에 따르면 미국식 집행유예의 경우 △본형(本刑)을 유예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인 제3의 선고형으로서 법원이 부과한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즉시 취소되고 새로운 형벌이 선고되고, △필요적 준수사항으로 피해자 배상을 규정하고 있어 피해 회복이 직・간접적으로 강제되고, △법원은 벌금을 함께 병과할 수 있고, △일부 주의 경우 형을 분리하여 일부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 등 법원에게 폭넓은 재량권이 부여되며, △ 대상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는 압수수색을 비롯하여 광범위한 감독과 통제가 이루어진다.
여러모로 진정한 의미의 ‘사회 내 구금’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서 검사는 “이러한 미국의 엄정한 법 집행은 인종갈등, 빈부격차, 불법 이민, 등 부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상당히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우리나라 역시 시혜적 처분이 아닌 형사제재의 일종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그러면서 집행유예 선고 시 보호관찰 결부, 법원의 피해배상명령 직권화, 법관의 폭넓은 형종(刑種) 선택권 보장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