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의 손 (파주=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공릉천변에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시신을 매장했다고 진술한 부근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2023.1.6 kimb01@yna.co.kr (끝)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택시 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이기영(32)이 유기한 50대 동거녀 A씨의 시신 수색 작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이기영이 살인 혐의의 주요 물증인 시신을 찾지 못하도록 유기 장소를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시신을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8일 오후 경찰 기동대 100여 명은 이기영이 시신을 유기했다고 진술한 경기 파주시 공릉천 일대를 수색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수색을 종료했다. 지난달 27일부터 13일째 수색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수사관 150여명과 잠수사·수색견 등을 동원해 시신 수색 작업을 이어왔다. 굴착기를 동원한 수색 작업도 7일 중단됐다. 이미 파볼 만한 곳은 다 파본 상황에서 사람이 굴착기보다 더 깊게 묻을 순 없다는 게 경찰 측 판단이다.
수사 당국은 지난해 8월 내린 폭우로 시신이 한강으로 떠내려갔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경찰은 이기영의 이동통신기지국 정보를 분석한 결과 공릉천 일대에 유기를 했다는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기영이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기영은 최초 시신 유기 지점과 3km 떨어진 곳에 시신을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할 때 "경찰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했다. 6일 시신 수색 당시에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관계자들에게 "삽 좀 줘보라"며 땅을 파는 손짓 몸짓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런 행동들이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이대로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시신 없는 살인사건' 상태로 재판까지 간다면 이씨의 자백이 있어도 유죄 판결을 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신이 없으면 타살 여부와 사망 시각, 살해 방법 등 구체적 입증이 어렵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의 자백이 증거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보강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경찰은 아직 이씨가 범행에 사용한 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기영은 지난달 20일 밤 11시께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 사고를 낸 뒤 택시기사인 60대 남성에게 합의금을 주겠다며 파주시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택시기사 살해 혐의로 이기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행 넉 달 전인 지난해 8월 50대 동거녀까지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씨는 범행 직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실행해 7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씨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 유기, 사체 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지난 4일 검찰에 송치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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