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검찰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것을 두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이씨 피살 3시간 만에 유엔총회에서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화상 연설을 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려는 의도였다고 판단했다.
지난 9일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서 전 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소장은 A4용지 117쪽 분량으로 알려졌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이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9시경 열린 비서관 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사건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라며 "비서관들은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러한 은폐 시도에도 피격·시신 소각 소식이 보도되자 하루 뒤인 9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정하고 김 전 해경청장에게 자진 월북 취지로 수사 결과를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사진=뉴스1
검찰은 특히 이날 오전 서 전 실장이 '(이씨의) 주변 인물 진술,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월북 의도는 발견되지 않음' 등의 이씨의 자진 월북과 배치되는 증거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해경에 자진 월북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봤다.
이어 서 전 실장이 2020년 9월 23일 오후 해경으로부터 '이대준씨 실종 및 수색 계속 중'이란 취지의 보도자료 초안을 보고받은 뒤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이 발견', '목포에서 가족 간 문제로 혼자 생활 중' 등의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직접 가필한 것으로도 파악했다.
서 전 실장은 해당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김 전 청장에게 지시했으며, 김 전 청장도 이를 해경 실무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직권 남용 혐의가 있다고 봤다.
2020년 9월 24일 '이대준씨는 스스로 북한 해역에 불법 침입한 월북자'라는 허위 내용의 자료를 외교부를 통해 모든 재외 공관에 신속하게 배포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서 전 실장은 지난달 9일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해경청장은 같은 날 불구속 기소됐으며,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이 지난달 29일 불구속 기소됐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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