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유엔헌장 51조 보장 "북한 무인기 상응조치, 北 도발에 비례적 대응"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방부가 지난달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에 대응해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무인기를 보낸 조치는 "유엔헌장 제51조가 보장하는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라고 거듭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자위권 차원의 대응은 유엔헌장에서 보장한 합법적 권리로서 (6·25전쟁) 정전협정도 이를 제한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작년 말에 북한이 무인기로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한 건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 9·19군사합의를 명백히 위반한 도발 행위"라며 "북한의 명백한 군사적 도발에 우리가 비례적 대응을 한 건 자위권 차원의 상응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엔헌장 제51조는 국가가 무력 공격에 대해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자위권을 행사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전 대변인은 우리 군의 '상응 조치'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법률 검토를 거쳤다며 "정전협정도 (유엔헌장의) 하위(협정)이기 때문에 유엔헌장을 정전협정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MDL을 넘어 우리 영공 한복판인 서울과 경기도 상공에 침범하자 우리 군도 당일 주력 대북 감시자산인 유인정찰기 '백두'와 '금강', 그리고 이스라엘제 무인정찰기 '헤론' 등을 투입해 MDL 근처까지 진출시킨데 이어 군단급 무인 정찰기 RQ-101 '송골매' 2대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투입해 정찰하는 대응 작전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이 대응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무인기 숫자도 수 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우리 군용기가 MDL을 넘어 북한 상공으로 직접 침투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전례 없는 극히 이례적인 대응이다.
대통령실도 지난 26일 북한의 영공 침해와 관련해 "비례성 원칙에 따라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는 단호한 조치가 있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리 군의 이 같은 조치와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지시를 두고 야당 등 일각에선 '"정전협정 위반"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남북한의 6·25전쟁 정전협정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주한유엔군사령부는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이후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34분부터 한반도의 서해 5도 중 하나인 대한민국령 연평도를 북한군이 선전포고 없이 포격한 '연평도 포격' 도발을 벌였다.
이에 대응 조치를 취하면서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공식적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은 자위권보다 하위에 있는 개념이며 한국군 단독으로 보복작전이 가능하다"고 국회 질의에서 답변한 바 있다.
당시 한미연합사령부 맥도널드 정보작전 부장도 “내가 이라크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이다. 이라크의 신생 군대도 자기 목숨이 걸린 상황이 되면 스스로 판단한다"며 "그런데 어제 합참에서 뭘 해도 되느냐는 전화가 매 시간, 매 분마다 수도 없이 왔다. 어떻게 한국군이 이라크보다 못하단 말인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경기 양주 가납리 비행장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에 대해 김덕기 해군 사관학교 객원교수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지속 위협하는 가운데, 금번 무인기 침범은 북한의 새로운 회색지대(gray zone) 전략의 하나로 봐야 한다"며 "북한이 무인기를 수도권 상공까지 침투시킨 것은 △무인기 성능 검증, △우리 군의 대비태세 확인과 대응체계에 혼란을 주고, 동시에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북한의 무인기 침범에 대해 우리 정부가 연합사령부에 미리 알리고 무인 정찰기 RQ-101 ‘송골매’ 2대를 MDL 이북을 넘어 북한 군사시설 등을 정찰한 것은 ‘북한이 도발에 대해 비례성·충분성 원칙에 따라 자위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부에선는 우리 군의 ‘9·19 군사합의’를 위반이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북한은 이미 탄도미사일 도발 등으로 동 합의서를 무력화시켜서 실효적으로 더 이상 의미 없는 합의서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북한은 2014년부터 무인기를 주기적으로 침투시켜왔다. 앞으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지난 국방과학발전전람회에서 공개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형태의 군사용·실전용 무인기 3종을 포함한 공격용 무인기를 지속 발전시킬 것"이라며 "만일 북한이 무인기에 치명적인 생화학무기를 탑재해 침투시킨다면 우리는 아주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북한은 '핵무력' 뿐아니라 6·25전쟁 직후인 지난 1954년부터 미생물연구소를 설립운영하면서 무기화가 완료됐으며, 실제 사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생물학무기는 탄저병과 천연두로 알려졌다.
5일 경기 양주시 일대에서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북한 무인기 침투 상황 대응 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훈련에는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항공사령부와 공군작전사령부 등이 참여했다. 사진=뉴스1
북한의 생물학무기는 탄저균, 장티푸스, 이질, 콜레라, 페스트, 브루셀라증, 야토병, 발진티푸스, 천연두, 유행성출혈열, 황열병, 보툴리눔 독소, 황우 독소 등 13종의 균체를 10여개 시설에서 최대 5000t가량 보유하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박사는 "맑은 밤 30km² 면적의 서울 지역 일부에 탄저균 10kg을 살포했을 경우 최대 9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탄저균 100kg을 대도시 상공 위로 저공비행으로 살포하면 100~3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우리는 북한의 무인기(드론 포함) 위협에 대응해 하드킬(Hard Kill)은 물론, 재머·고출력마이크로 웨이브(High Power Microwave)에 기반한 소프트 킬(Soft Kill)능력도 키워야 한다"며 "또한 북한이 다양한 위협에 대해 단편적인 대응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전 등 새로운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우리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특히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확실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정전협정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유엔사령부를 통해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면서 "향후 북한이 무인기를 지속 침투시키면, ‘우리도 비례성·충분성 원칙'에 따라 무인기를 평양이북까지 보내고, 필요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북 전단과 북한의 실상 등 정보를 담은 USB를 다시 보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 가납리 비행장 일대에서 북한 소형 무인기 도발 상황을 가정한 합동방공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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