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 "사각지대 많아"
식당들 "기계값 2000만원 부담"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가 지난해 7월12일 서울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무인주문기(키오스크)에서 실제 주문을 해보는 '내돈내산 권리찾기 캠페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주문을 못 해서 아이스크림도 마음대로 못 사 먹는 심정을 아시나요. 수년간 그리 외쳐왔지만…"
시각장애인인 김훈씨(51)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그는 최근 방문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불과 1m 거리에 직원 7명이 있었지만 키오스크로만 주문이 가능한 탓에 주문하지 못했다.
장애인 키오스크 도입을 골자로 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입법예고안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장애인들 입장에서는 키오스크 접근성이 시급한 현안임에도 입법예고안은 '조건부 예외·단계별 도입' 조항이 담겼기 때문이다.
■장애인, '유예 조항'에 반발
1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달 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각종 시설에서의 장애인용 키오스크 설치가 의무화된다. 이에 맞춰 해당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28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했다.
논란은 입법예고안이 소규모 시설에 예외 및 유예 조건을 두면서 불거졌다. 해당 안에 따르면 바닥면적 50㎡ 미만 소규모 시설은 상시 지원 인력만 둔다면 장애인용 키오스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또 내년 7월, 관광·체육시설·100인 미만 시설은 오는 2025년 1월까지만 설치하면 되는 등 단계별 유예 조치하도록 규정했다. 이달 28일 이전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한해 오는 2026년 1월까지 유예된다. 현재 시중에 있는 키오스크 대부분은 3년 뒤에나 장애인 이용이 가능토록 바뀌는 셈이다.
장애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김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선임연구원은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분식집이나 패스트푸드점 등 소규모 상점이 장애인용 키오스크를 도입하도록 장애인 단체는 (지난 2017년부터) 수차례 법 개정을 촉구했다"며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이러한 음식점에는 2년 뒤에나 도입된다. 눈 가리고 아웅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50㎡ 소규모 시설에 대한 예외 조항이 법의 사각지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무인점포가 아닌 이상은 소규모 사업장이라도 적어도 상시 인력 1명은 두고 있어서 법망을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며 "100인 미만을 기준으로 한 단계별 적용 조치 역시 법리적 모순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 비용 문제 해결 관건
반면 외식업계에서는 장애인용 키오스크 도입을 두고 설치 비용 문제를 거론한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장애인 키오스크 시행령, 외식업주에 대한 배려' 보고서에서 "기존 키오스크는 한 대당 200만~500만원 사이의 가격대인 반면, 장애인용 키오스크 가격은 약 2000만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은행 자동화기기(ATM)도 장애인·비장애인용을 구분하지 않고 '점자', '음성 인식' 지원이 가능토록 제작되고 있다. 키오스크도 모든 접근성을 갖추게끔 제작된다면 비용 문제를 덜 수 있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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