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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도부 "야당 탄압" 엄호 나섰지만…사법 리스크 여진 '속앓이' [사상 초유 野 대표 검찰 출석]

박홍근·정청래 등 50명 총출동
당내 일부에선 우려 목소리도
"李 대표 개인 문제를 당이 감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성남 FC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대표 엄호에 적극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조정식, 정청래, 장경태 의원 등이 총출동해 '검찰에 무자비한 야당 대표 탄압' 프레임으로 이 대표 케어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다만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 개인 비리 의혹에 당 지도부가 대거 병풍으로 나서면서 당 전체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이 대표가 청사 안으로 들어간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무도한 칼날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이를 ‘개인 이재명’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기획 보복 수사로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을 윤석열 정부의 정적 제거를 위한 '억지 짜 맞추기식 수사'로 규정하고 당 전체가 정부·여당의 야당 탄압에 온몸으로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는 이어 “향후 당원들과 부당한 상황을 이겨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표 검찰 출석에는 박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비롯해 소속 의원 50여명이 동행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런 단일 대오 엄호에 대해 이 대표 개인 문제를 당 전체가 리스크를 안고 감수하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 대표가 인천 계양에 출마할 때부터 여당의 방탄 프레임이 작동되기 시작했다”며 “이 행위(민주당 의원 집결)는 이를 더 공고히 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실책을 해도 지지율 등 측면에서 민주당이 반사 이익을 좀처럼 누리지 못하는 건 이 같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조 의원은 또 “민주당이 국정의 한 바퀴를 담당하는 제1 야당으로서 대한민국이 제대로 굴러가게 하려면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는데 방탄 프레임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같은 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당 지도부가 이 대표와 동행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이 대표 혼자서 가는 모양 아니면 당 지도부와 함께 가는 모양, 이것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어떻게 느끼느냐,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조 의원과 박 전 장관은 당과 개인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여기에는 검찰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고, 여론의 방향도 예측 불가인 상황에서 무조건 '이 대표 지키기'에만 당 전체가 나선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진로와 당 진로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검찰이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기소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향후 재판 양상에 따라 민주당 내 이 대표 사법 리스크와 당 일체화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의원은 “(민주당 의원의) 거의 절대다수가 현 상황을 굉장히 우려하면서 목소리를 안 내고 있다”며 “(당내에)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가 나오거나 국민적 여론이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이 대표 개인을 넘어 당 전체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