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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련 붕괴 이후 2번째 대규모 적자...올해 더 악화

2022년 적자, GDP 대비 2.3%...소련 붕괴 이후 2번째 대규모 적자
대부분 국방비로 추정, 지출 안 줄이면 4.5% 적자도 가능

러시아, 소련 붕괴 이후 2번째 대규모 적자...올해 더 악화
지난 2019년 12월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러시아가 옛 소련 붕괴 이후 역대 2번째 규모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외신들은 그나마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덕에 적자폭이 줄었다며 앞으로 지출이 늘어나면 상황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의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정부 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러시아의 정부의 적자가 3조3500억루블(약 59조4625억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금액이 같은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 대비 2.3%라고 설명했다. 이번 적자폭은 1991년 옛 소련 해체 이후 2번째 규모로 크다. 첫 번째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2월 우크라 침공 직전에 2022년 정부 흑자가 GDP 대비 1%라고 예상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GDP 대비 2% 적자를 예상했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의 수입은 약 2조8000억루블 증가해 전년 보다 약 10% 늘었지만 지출은 약 26%, 6조4000억루블 증가했다.

러시아 투자은행인 르네상스캐피탈의 소피아 도네츠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지출 내역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대부분 군비로 쓰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지출은 지난해 9월에 여름 예상치 대비 2조루블 늘었고 같은해 12월에도 같은 금액이 또 늘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9월에 부분 동원령을 내려 약 30만명의 병력을 징집했으며 이달 우크라 당국은 러시아가 곧 50만명 추가 징집에 나선다고 내다봤다.

실루아노프는 10일 발언에서 전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지정학적인 상황과 제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임무를 다 했다”며 “지출을 늘렸으며 기본적으로 국민을 부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해 안정적인 예산 운영을 위해 2023년 예정된 지출 가운데 일부를 사용했다” 밝혔다.

외신들은 올해 러시아의 재정 상태가 더 나빠진다고 내다봤다. 우선 러시아가 판매하는 석유는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다. 앞서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부터 유가 상한제를 시행해 배럴당 6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는 러시아 석유를 바다로 옮기지 못하게 막았다.


현재 러시아의 대표 유종인 우랄유 가격은 배럴당 40달러 수준이다. 르네상스캐피탈의 도네츠는 “만약 우랄유 가격이 올해 평균 배럴당 60달러에 이르더라도 정부가 예상한 지출을 계획대로 진행하면 러시아 정부의 적자 규모가 GDP 대비 4.5%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3조5000억루블의 국방비를 추가 지출할 계획이며 러시아의 국방비 비중은 전체 국가 예산대비 30%에 달할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